왼쪽부터 구민호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고기원 곶자왈공유화재단 곶자왈연구소장, 김태윤 제주와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함양량 평가에 1993년부터 도입된 방법 여전히 사용 새로운 평가 방법 적용 위해 '땅의 특성' 연구도 필요 한라일보·제주와미래연구원·KCTV제주·TBN제주 공동기획 제주 지하수의 부존량과 지속이용가능량 등 지하수 관련 산출 자료와 분석 방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섬 지역 특성에 맞는 분석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지하수를 함양한 땅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은 공동 특별기획으로 '물은 제주의 미래다'라는 대주제 아래 세 번째 소주제로 '지하수 부존량, 신뢰할 수 있나'를 다뤘다. 토론은 지난 20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김태윤 제주와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고기원 곶자왈공유화재단 곶자왈연구소장, 구민호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제주도의 발표에 의하면 1일 취수허가량은 163만6400t으로 지속이용가능량의 92%, 지하수 이용량은 1일 평균 65만6000t, 연간 2억4000만t으로 지속이용가능량의 37% 수준이다. 하지만 거꾸로 제주도 전체적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지거나 고갈되는 용천수들도 늘어나고 있어, 지하수 부존량이 합리적으로 산정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윤(사회자)=지하수 함양량, 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 산정이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심층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지하수 함양량, 지하수 부존량, 지속이용가능량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자면. ▶구민호(구)=부존량은 제주도 지하에 부존하는, 저장된 지하수의 총량이다. 비가 오면 그 중 일부가 땅속으로 지하수가 되는데, 그 양을 함양량이라고 한다. 지속이용가능량 또는 지하수 개발가능량은 물 순환 체계가 파괴되지 않고 지하수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한 지하수의 양이다. ▶사회자=제주에서 함양량과 지속이용가능량에 대한 조사가 언제부터 이뤄지고 관리됐는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는 건지. ▶고기원(고)=1993년 최초로 물 수지 분석을 시행했다. 그때부터 제주 지하수 관리 목표 및 방향, 적정 개발량 등을 설정했다. 이후 기상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을 고려해 2003년과 2013년 10년 단위, 2018년에 5년 앞당겨졌다. ▶사회자=제주 지하수 함양량 계산에 사용되는 인자들에 대한 자료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 되나. ▶고=함양량을 평가하는 여러 방법 중 물 수지 분석법이 있고, 제주에서도 이 방법으로 최초로 함양량을 평가했다. 비가 오면 땅 속으로 들어가는 '침투', 지표로 흘러서 하천을 통해 바다로 빠져나가는'지표 유출'로 나뉜다. 침투한 물 중 대부분의 물은 지표면 부근에 머물러 있다가 '증발산'돼 대기로 다시 돌아가고, 나머지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 지하수가 된다. 이를 '지하수 함양'이라고 한다. 지하수 함양량을 평가하려면 지표 유출량, 증발산량 측정이 관건인데, 직접 측정은 불가능해 다른 관여 요소들을 외국에서 개발된 경험식에 집어넣어 추정하는 방법이 '물 수지 분석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강수량 총량이다. ▶사회자=토지 이용 형태와 기후 변화 등이 물 수지 분석법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고=기후변화로 강수량은 늘어나고 강수 일수는 줄어드는 현상, 가뭄 등으로 지하수의 함양량이 줄어드는 문제들이 있다. 또 '토지 이용'이 지하수 함양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해발 200m 이하 지역에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비닐하우스가 늘어나면서 지표가 차단되면서 함양 기능이 과거에 비해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 2018년 한국수자원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해발 200m 이하 지역 지하수 함양량은 도 전체 함양량의 46%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201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 결과엔 같은 기준 11%라는 데이터가 나와 분석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자=해석 상 오류 등이 있지 않을까, 물 수지 분석 방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구=토지 이용이 변화하면 증발산량이 달라지고, 지표유출량이 달라진다. 그런 것들이 정밀하게 물 수지 분석에서 평가돼야 하는데, 전통적인 물 수지 분석 방법에선 유역 전체, 즉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통으로 묶어서 분석하기 때문에 그 요소들이 잘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영역 전체를 바둑판처럼 잘라서 격자망을 만들고 격자 하나하나에 대해 물 수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정밀화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정밀화된 방법이 한두 사례 정도 쓰이는 걸로 안다. ▶사회자=물 수지 분석 외 다른 개선된 방법은 없는지. ▶고=수치 모델링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각각의 한계점들이 있어 앞으로 개선사항들이 많다. 수치모델링 적용이 어려운 만큼 기초데이터 구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선, 가장 쉬운 물 수지 분석법으로 지하수 함양량의 총량적 범위를 파악하고, 그 범위 내에서 관리 목표를 설정한 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순서다. 제주에선 1993년부터 물 수지 분석법을 이용해 총량을 파악했고 20~30년이 흐르면서 보다 진보된 방법의 연구가 뒤따랐어야 했지만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을 드린다. 또 물 수지 분석에 의한 함양량을 고집할 게 아니라 외국에서 어떤 수치 모형을 사용하고 있는지 적극 도입, 벤치마킹해 제주에 맞는 특성을 반영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 행정에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자=제주의 현 상황과 앞으로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구=함양량 평가에 대해 조금만 더 첨언을 드리겠다. 물 수지 분석 외 함양량 평가 방법 중 제주도에 적용 가능한 방법은 2가지 정도다. 지하수위 변동법은 제주에 관측망이 잘 설치돼 있고 지하수 변동 자료가 잘 관측되고 있다. 모델링 방법도 최근 시도가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신뢰도가 조금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주지역에서는) 분석 결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특히 모델링 분야에서, '땅 속 구조'와 '땅의 특성'이 잘 조사돼야 한다. 시추 조사, 지하맵 작성 등으로 땅속 구조는 잘 연구돼 있다. 땅의 특성은 구조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앞으로 보완돼야 한다. ▶고=(땅의 특성 관련) 지하 지질 구조와 지하 대수층의 수리성, 즉 지하수를 담고 있는 그릇(능력)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대표값 등 데이터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연구에 대해선 중요하다는 인식이 낮다. 데이터의 한계에 부딪혀 진행을 하지 못하는 아쉬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자=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 산정에 대한 의문도 든다. ▶고=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은 안정적으로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으로부터 지하수를 취수하고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장기간 지하수를 취수하더라도 해수 침투가 발생하거나 지하수위가 과도하게 하강하지 않고 꾸준히 평형을 유지하면서 취수가 가능한 양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개념은 미국 하와이주에서 개발됐지만, 지하수 부존 형태를 모든 모델에 적용할 수는 없다. 제주의 경우 동부 지역 외에는 이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남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이 모델을 적용해 지속이용가능량을 산정해오고 있다. 즉 우리 스스로 지속이용가능량을 산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그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데서 쓰고 있는 것을 빌어다 쓰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던 것이다. 지하수 개발용 허가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불가피하게 이런 방법을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함양량과 마찬가지로 제주 지하수 부존특성이나 대수층의 수리성 또는 수위의 변화 이런 것들을 반영한 방법이 개발돼서 제주도 고유한 값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 ▶사회자=물 수지 분석법, 함양량, 지속이용가능량 산정의 기초 자료와 분석 방법 상 문제점이 있다. 향후 과제가 있다면. ▶고=제주형 물 수지 분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제주의 기상, 토질, 지하 지질, 대수층의 특성, 수리성 등을 총망라한 기초자료 수집 연구부터 시작해 제주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한 물 수지 분석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10년 정도의 프로젝트로 앞으로 강력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 ▶구=어렵긴 하지만 한라산과 가까이 있는 고지대의 정보에 대해선 알려진 점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한 자료가 보완됐으면 한다. 강다혜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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