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12월10일까지 이 기간은 1991년 세계여성운동가들이 정한 세계여성폭력추방 주간이다. 동 기간 중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추방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여러 행사가 있었으며 특히 지난 달 30일에는 제주여성가족연구원과 제주여성인권연대가 공동으로 제주지역 청소년 성매매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여성 대상 폭력방지를 위한 통합법이 마련되고 신종 성폭력에 대한 대응책이 강화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폭력피해 이주여성상담소, 디지털성범죄상담소, 성매매피해 아동·청소년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등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 3월에 개소한 디지털성범죄상담소는 9월까지 총 134건 상담을 지원하는 등 피해자들의 신고가 늘고 있다. 이런 인프라 확충은 반가운 일이나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사전 위험신호를 알아채고 대응하는 것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 추세이다. 제주에서도 과거 몇 년간 7400~7600여건에 머물던 가정폭력 상담건수가 2020년엔 8000건을 상회하는 등 대폭적 증가를 보였다(1366 제주센터). 특히 제주경찰청에 직접 신고된 데이트폭력은 매해 100건 내외인데 반해 1366 제주센터로 들어오는 상담건수는 그의 2~3배에 달하고 있는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위험도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아닌 상담소로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의 증가는 폭력피해가 심화되기 전 선행신호로서 적극 관리·추적·대응해야 하는 지표이다. 제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예컨대 가정폭력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이후 보호관찰을 하는 기간에 아내를 살해한 사건, 동거녀에게 폭력을 일삼다가 헤어지게 되자 그녀의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등은 모두 피해자들이 보낸 사전 위험신호를 경시한 결과이다. 비혼의 증가와 1인 가구, 동거가구의 증가 등 사회변화는 친밀한 관계간 폭력의 문제를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위험에 대한 우리들의 민감성은 매우 낮다. 최근 불법촬영을 이용한 범죄는 소폭 감소하는 반면, 통신매체를 통해 성착취물을 다운받거나 유통하는 범죄는 늘고 있으며 디지털에 기반한 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심리적,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으로 착취하는 범죄가 미치는 해악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성착취 피해청소년의 다수는 그루밍으로 인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낙인의 두려움, 지지기반의 취약성으로 인해 위험신호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안심하고 신호를 보내고 지원체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성폭력추방주간이 365일 내내 이어져야 한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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