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의 무게 진 여성 농민 부동산으로 추락한 논밭 각종 개발로 농지와 임야가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지만 농촌을 지켜온 사람들의 오늘엔 별 관심이 없다. 전남 진도에서 3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정성숙의 소설집 '호미'엔 그런 농촌의 현실이 그 지역 방언과 더불어 생생하게 담겨있다. 십수 년 전에 쓴 소설들로 변화무쌍한 요즘과는 시대성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출판을 포기했었다는 작가는 가만 생각해보니 농민들의 삶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그 작품들을 한데 묶었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은 8편이다. 표제작인 '호미'엔 신산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견디고 있는 영산댁이 부르는 애달픈 아리랑이 흐르고, '기다리는 사람들'엔 가부장적 폭력에 시달리는 미애의 아픔이 있다. 그들은 여성이면서 농민이다. 작가는 이중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여성 농민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농촌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농촌의 논밭이 예외 없이 부동산으로 추락하는 현장도 보인다. '호미'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설에 나오는 "산 너머 밭"의 운명이 그렇다. 이 밭은 어린 나이에 한센병으로 스러진 영산댁 큰아들의 혼이 밴 곳이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은 그 밭 너머 도로 정비사업으로 날마다 땅값이 뛰고 있다며 영산댁에게 "농사도 잘 안되는 땅을 옆구리에 끼고만" 있을 거냐고 말한다. 이 일로 가슴앓이하는 영산댁은 호미질을 하며 둘째 아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흙 속에 묻는다. 정 작가는 "천한 일은 호미를 쥔 자들의 몫"이라고 했는데, 그 천한 일을 하는 이들이 없다면 이 세계도 없을 것이다. 농촌은 없어진 동네도 아니고 거기도 엄연히 삶이 있는 곳이다. 대파밭, 고추밭, 배추밭을 일구는 소설 속 인생들은 "제 삶에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전성태 소설가는 이들 작품에 대해 "한 치도 거들먹거리는 바 없이 생짜여서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없다"며 "여덟 편이 하나같이 진짜배기"라고 평했다. 삶창. 1만4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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