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내 삼형제 오름에 추진중인 남부항공로 레이더. 한라일보DB 원희룡 제주도정 드림타워 땐 적법해도 직권 취소 경고 국토교통부가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 부지 변경 조건으로 건축허가 취소와 손실보상금 지급을 내걸면서 이제 공은 제주도로 넘어왔다. 제주도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국토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 제주도는 7억~8억원에 이르는 손실보상금을 내야하는 등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한다. 또 자신들이 내준 건축 허가를 스스로 취소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무적 부담도 크다. ▶법 위반 인정한 적 없어=핵심 쟁점은 건축 허가의 적법성이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부지는 절대보전지역이자 서귀포시 색달동 삼형제오름 정상으로 제주특별법은 보전 가치가 높은 절대보전지역이라도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규정된 개발 행위 등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에도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어 위법 논란이 불거졌다. 법에 따라 위법한 허가는 행정청이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허가가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제주도가 국토부에 부지 변경을 요청한 이유는 환경보전 측면을 감안한 사회적 갈등과 도민 정서 때문이었지 허가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해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 법조계의 의견은 갈렸다. 제주도 자문변호사 5명 사이에선 4대1(적법 4명·위법 1명)로 유권 해석이 나뉘었고,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법 내 조문을 해석하는데 논란이 있을때 원용하는 법리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에 적용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라며 "조례에 명확하게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서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위법한 건축허가"라고 주장했었다. 이번 건축허가 절차의 적법성을 가장 명확하게 가리는 방법은 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을 하려면 누군가 공익 소송을 제기해야하고, 판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려 논란이 장기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적법한 허가도 취소 가능=서귀포시는 건축 허가 취소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의 최종적인 건축허가는 시가 했기 때문에 취소권한은 시에 있다. 시 관계자는 "허가 과정에 위법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내린 허가를 취소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의 판단은 '허가 과정의 위법성' 한쪽 측면만 고려한 것이다. 적법한 허가라도 경우에 따라선 취소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행정처분 당시 별다른 하자가 없어도 사정이 변해 행정 처분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면 이미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다. 올해 1월에도 법원은 이런 대법원 판례를 기초로 포항시가 모 주택회사에 이미 내준 건축 허가를 나중에 취소했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건에 대해 허가 과정에 위법이 없었더라도 추후 내린 취소 결정은 공익에 부합했다며 포항시의 손을 들어줬다. 단 대법원은 행정처분 취소로 사업자가 받는 피해가 행정 처분을 유지할 때 나타날 공익적 피해보다 더 크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원희룡 전 지사는 드림타워가 218m로 허가 받은 건축물 최고 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기존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도 인허가 과정에서 위법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원 전 지사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직권 취소 카드를 꺼냈다. 다만 드림타워가 원 전 지사의 이런 발언 이후 스스로 건축 고도를 낮추면서 실제 직권 취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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