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해소되지 못한 애도 남은 삶을 괴롭히는 결과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 사별을 겪은 사람 중 거의 절반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괴로움을 표출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가이자 이야기 치료사로서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여성 92명과의 인터뷰를 엮은 '엄마 없는 딸들'을 내는 등 30년 넘게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연구해온 호프 에덜먼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본다.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상실의 시대에 도착한 그의 신간 '슬픔 이후의 슬픔'은 다시 한번 슬픔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사별로 인한 슬픔은 누구든 피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 우리는 이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아픔들은 잊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제 그만 잊고 나아갈 때야"라면서. 하지만 애도는 딱 잘라 끝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에덜먼 역시 열네 살에 어머니를 잃은 후 슬픔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주변의 분위기 속에 애써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제때 해소되지 못한 애도는 그의 삶을 괴롭혔다. 저자는 기존 문헌 등을 토대로 애도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 아이들은 집중력 저하, 약물 남용, 우울과 불안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짚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허약한 사람들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성인들은 애도 기간을 대충 넘기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만 하려는 충동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직장 생활이나 육아 등 생존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활동을 하느라 애도할 여유를 갖지 못한 사람 역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괴로움을 억누르며 살게 된다. 그는 무엇보다 사별을 겪은 이의 단기적인 고통을 완화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애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사별을 '극복'한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사별은 물론 사별이 수반하는 모든 결과를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경 옮김. 다산북스. 1만8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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