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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교육의원 폐지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으로
[한라포커스] 제주 교육의원제 폐지 입법 논란
"공청회 등 공론화 없어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과거 여러차례 토론·여론조사 통해 의견수렴"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2. 01.17. 14:37:11

제주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제주교육의원 제도 폐지 논란이 제주도민 자기 결정권 침해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공식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 법안이 발의 돼 도민 자기 결정권을 훼손됐다는 지적과 과거부터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어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해식 의원 "송재호 의원과 미리 협의"=제주 교육의원 제도 폐지 내용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는 서울 강동구을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다.

제주에 한정된 특례와 규제를 정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타 지역구 의원이 발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제주 국회의원 중에는 유일하게 송재호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해식 의원은 송 의원과 미리 협의를 거쳐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송 의원이 먼저 교육의원 폐지 법안을 발의해 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송 의원과 사전에 협의를 했다"며 "송 의원과 가깝게 지내며 (송 의원로부터) 제주도 상황에 대해 많이 듣고 있었고, 또 (민주당 내) 국가균형발전특위의 간사와 제주·세종 특위 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며 제주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방분권특별법에는 일반 자치와 교육 자치를 통합하도록 돼있는데 제주만 교육의원 제도를 존치하고 있다"며 "자치분권 측면에서 볼 때 (교육의원 제도를 유지하는 건) 오히려 퇴행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일반 제주도의원 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 교육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과한 해석"이라며 "선거구 획정을 기화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자기 결정권 훼손 vs 이미 도민사회 합의=교육의원 존폐 논쟁은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이해 관계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누구 하나 선뜻 풀지 못하고 해묵은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만큼 민감한 현안이지만 이번 법안 발의 과정에선 도민 의견을 듣는 공식적인 공론화 절차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해 당사자인 제주교육의원은 이번 법안을 밀실 입법으로 규정했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묻는 여론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며 "현행 제도의 폐해가 분명하고, 입법 권한이 국회의원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도민 사회 공론화가 우선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공청회도 없이 갑자기 법안이 발의 돼 국회 심의를 받는 상황"이라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을 향한 비판도 있다. 송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도민 자기결정권 강화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목적이 선해도 과정이 선하지 않으면 선이 아니다"며 "이번 발의 과정은 자기 결정권 강화를 외쳤던 송 의원의 행보와 어긋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송 의원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본다"며 "교육의원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됐다고 보고 법안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공동 발의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법안은 행안위에서 다뤄진다"며 "행안위 소속인 이해식 의원이 더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대표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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