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의 공사 현장. 한라일보 자료사진 환경 훼손, 건축허가 위법 논란으로 중단된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이 마지막 분수령을 맞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부지 변경 조건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최근 제주도 고문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22일 제주도와 서귀포시에 각각 공문을 보내 "제주도가 남부 항공로 레이더의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시 국토부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사업의 건축 행위 허가권자는 제주도이고 건축 허가권자는 서귀포시인데, 법률 검토 결과 이들 기관으로부터 건축허가 취소 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건축 재개를 포기해) 부지를 변경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2월 말 또는 3월 초에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공을 넘겨 받은 제주도는 난감해했다. 국토부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7억~8억원에 이르는 손실보상금과 함께 자신들이 내준 건축 허가를 스스로 취소하는 정치적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위법한 허가는 행정청이 취소할 수 있지만,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허가 절차가 적법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가 국토부에 부지 변경을 요청한 이유도 환경보전 측면을 감안한 사회적 갈등과 도민 정서 때문이었지 허가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해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건설 허가 과정이 적법했는데 이것을 허가 기관이 스스로 취소할 수 있는지, 건설 부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지 타당한 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면서 "자문 결과가 나오면 우리 측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적법한 허가라도 경우에 따라선 나중에 취소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행정처분 당시 별다른 하자가 없어도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면 이미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다. 단 대법원은 행정처분 취소로 나타나는 피해가 행정 처분을 유지할 때 발생하는 공익적 피해보다 더 크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원희룡 전 지사는 드림타워가 218m로 허가 받은 건축물 최고 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기존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도 인허가 과정에서 위법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원 전 지사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직권 취소 카드를 꺼냈다. 다만 드림타워가 원 전 지사의 이런 발언 이후 스스로 건축 고도를 낮추면서 실제 직권 취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편 남부 항공로 레이더가 건설되는 곳은 절대보전지역인 삼형제큰오름 정상으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환경 훼손, 건축 허가 위법 논란에 휩싸이자 그해 10월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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