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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제주 여성' 신화 노동 가치 인정에 한계"
제주여가원 '근현대 제주여성노동사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
1·3차 산업 비해 연구 소홀했던 전분·직물 제조업 여성 등 살펴
"산업화 여성 지휘 향상 계기 전망에도 여성 노동은 더욱 주변화"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1.19. 17:32:47

물질 작업을 위해 차가운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제주 해녀들. '근현대 제주여성노동사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는 "경제활동참여율이 곧 여성 노동력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라일보DB

'제주 여성의 노동'에 주목해 근현대 제주여성사 정립을 시도한 첫 연구 결과물이 나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펴낸 '근현대 제주여성노동사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강경숙 진관훈 문순덕 김준표 고민지) 보고서다.

이번 연구는 1차 산업(해녀, 농업)과 3차 산업(관광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제조업 분야의 공장노동자와 자가 고용 형태의 자영업자의 노동 경험을 살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간적 범위는 1876년 개항부터 2000년까지 120여 년으로 연구진은 이를 해방 이전 근대 제주 여성 노동의 양상(1887년~1944년), 해방 이후 과도기 제주 여성의 노동(1945년~1960년), 지역개발 시기 제주 여성 노동의 변화(1961년~2000년)로 구분했다.

이 중 제조업 분야의 여성 노동은 전분제조산업(전분공장)과 직물산업(한림수직사) 운영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대정, 한림 등 그곳에서 일했던 여성노동자 심층 면담 등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역할과 그 당시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전분공장 운영은 1950년대부터 고구마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활성화되었다. 1960년대에는 남제주군에만 36개의 전분공장이 있었는데 노동자의 성비는 남성 336명, 여성 829명으로 여성이 훨씬 많았다. 전분공장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소재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여성들은 밭농사도 하면서 단기 근로 형태로 전분공장에 취업해 경제활동을 벌였다.

한림수직사로 대표되는 직물산업은 한림은 물론 제주시와 서귀포시 여성들에게 월수입을 안겼다. 방직공장과 같은 역할을 했던 한림수직사는 운영 초기인 1960년대 300명 정도의 여성노동자들이 옷을 짰고, 1970년대 초에는 스웨터를 짜서 납품을 하는 사람만 명부 기준으로 700명이 넘었다. 한림수직사는 농촌 여성들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었고 직조기술자를 양성했다.

연구진은 "산업화가 여성 지위 향상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남성 중심적 개발정책 등으로 인해 제주 여성의 노동은 더욱 주변화 되었다"며 "경제활동참여율이 곧 여성 노동력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 여성의 강인함'의 신화가 일상을 살아가는 제주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아울러 여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됨으로써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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