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인서울'이 아니라 '인부산'을 외치는 청춘들이 있다. 복작거리는 수도권에서 번듯한 직장을 찾기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지방의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은 안정적 삶을 보장해주는 길로 여겨지는 만큼 치열한 공채 경쟁률을 뚫고 '인부산'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긴 말이다. 다른 지방이라고 다를까. 부산의 상황에 제주를 대입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선영의 ‘호텔 해운대'는 그 같은 풍경이 있는 표제작 등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창작과비평' 등에 발표했던 작품을 모은 것으로 "서울과 비교해 열악한 면모를 띠고 있는 지방으로서의 도시가 더 두드러지게 인식"(박혜진)되는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표제작은 지역 라디오방송 퀴즈 정답자로 뽑혀 제주도 특급호텔 숙박권을 기대했지만 결국 호텔 해운대 일박 숙박권을 받아든 부산에 사는 주인공 수정의 사연을 그렸다. 부산의 작은 출판사 직원인 수정은 캠퍼스커플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민우와 호텔 해운대로 향하는데 그 과정에 지방에 살고 있는 청춘들의 초상이 포개진다.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 부산이 고향이라고 말했더니 같은 과 선배들이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냐는 말에 황당했다는 작중 인물의 대사에선 지방에 대한 편협한 사고가 드러난다. '우리들의 낙원', '바람벽' 같은 소설에도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들이 어느 곳이나 다르지 않은 삶의 고민을 전한다. 오 작가는 "내겐 일상이자 보통의 날들인 이곳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보통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내가 발 딛고 있는 어느 곳에서, 계속해서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창비. 1만4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