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산담 연구'에 수록된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 촬영 산담. 무덤으로 드나드는 올레와 성물들이 있는 산담이다. "경계 의미 축조 밭담과 달리 산담은 하늘의 삼원 원리 땅에 적용 제주인 자연관 스민 600여 년 유적 시대 변화에 사라질 처지 놓여" 김유정 소장이 '대지미술, 영혼의 집'이란 부제 아래 직접 찍은 사진을 더해 '사라지는 제주 최고의 유적'인 산담 이야기를 풀어낸 '제주도 산담 연구'(제주문화연구소, 2만 5000원)를 출간했다. '산담 시리즈' 두 번째로 돌담의 시작과 세계관, 제주 장법의 역사, 죽음과 산담, 잊혀져가는 장례문화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산담이 밭담이나 잣성처럼 경계만을 생각해 축조한 돌담과는 형성 원리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가의 천지인 사상, 도교적 토지사상, 민간신앙의 요소까지 투영되어 있는 산담은 하늘의 삼원(三垣) 원리를 땅에 적용한 것으로 봤다. 이때 하늘의 원리는 산담만이 아니라 지상의 원담, 축담, 성담 등 담을 지칭하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특히 저자는 천지인 사상과 연관해 원(봉분)은 하늘, 관재의 칠성판은 죽음의 상징이자 장수를 기원하는 북두칠성(별), 사각(산담)은 땅을 각각 의미한다고 했다. 산담은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베풀 수 있는 '계획적인 기념물'이라는 점에서 유한한 우리 자신이 영원하기를 꿈꾸는 표상에 해당된다. 영속성이나 최소한의 지속성을 위한 표현으로 기념물을 세우기 때문이다. 산담은 제주의 죽음문화에 대한 비중을 보여주며 공포를 반감시키는 지혜의 산물이자 기억의 장소로 우리의 풍경 안에 오랜 시간 자리해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가문의 영광이었던 무덤도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경관으로 꼽히던 산담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무덤을 이장해 사체나 유골이 없게 되면, 법률적으로 더 이상 무덤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산담들은 빠르게 없어질 것"이라며 "600여 년의 세월 동안 조성된 조상들의 유적"을 보존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파괴되는 걸 그냥 지켜봐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마지막 기로에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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