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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속 표정 닮은 오늘… 제주 꽃들이 품은 슬픔
양문정의 '불안 주택에 거하다' 등 제주 시인 신작 시집 잇따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1.26. 18:07:00
다시 9권의 시집이 도착했다. 거기에 팬데믹 시국을 건너는 우리의 얼굴이 비치고, 불통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여성들이 보인다.

 2002년 '심상'으로 등단한 양문정 시인은 두 번째 시집 '불안 주택에 거(居)하다'(황금알, 1만원)를 냈다. 표제작엔 "봄 한철 내내/ 비가 내리고 그치지 않아/ 그 사이에 피어도 주목받지 못하는/ 저 벚꽃처럼/ 나는 당신 가까이 갈 수 없다/ 말소리 뭉개지는/ 알 수 없는 마스크 속의 표정으로는"이란 구절이 있다. 공감 부재의 상황은 비단 감염병 시절만을 가리키는 건 아닐 것이다. "저 언덕에 한 치 어긋남 없이/ 금줄을 쳐놓은/ 겨울은/ 네게로 가는 다리를/ 얼려 버렸다"('유채')라며 애써 슬픔을 감추지 않는 시인은 "치욕을 참지 못하는 때가 오거나/ 나약한 생활이 비굴하다 여겨질 때는/ 애월 구엄리 바닷가에/ 드러누워 너럭바위가 되리라"('소금밭')고 했다.

 강은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손바닥선인장'(한그루, 1만원)에는 제주에서 마주하는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무명천 할머니가 떠오르는 "발소리 숨죽여 그 집 앞을 들여다보니/ 늙은 개 한 마리 턱 괴고 누워/ 가시 든 손바닥선인장 혀로 쓸고 있었네"('손바닥선인장·4-9월 7일') 등 상상 못할 고통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김도경 시인은 '어른아이들의 집(集)'(한그루, 1만원)을 묶었다. "철드는 것이 두려워 어른아이가 되기로 했다"는 시인은 그때 비로소 다가온 "순하고 맑은 희망들"을 시편에 담았다.

 오광석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걷는사람, 1만원)를 출간했다. "가끔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네 며칠을 잠을 안 자기도 하고 불가능한 미션을 완료하기도 하며 위기 상황이 오면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서네"라는 '샐러리맨'처럼 "판타지와 블랙유머가 기묘하게 섞인 시세계"를 펼쳐놓았다.

 김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숨, 길 위로 흐르다'(한그루, 1만원)에는 제주의 길에서 보냈던 시간이 머문다. 영화 '폭낭의 아이들' 작업에 참여하며 만났던 풍경을 시로 그렸다.

 제주에 살고 있는 김애리샤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치마의 원주율'(걷는사람, 1만원)을 펴냈다. '시인의 말'에서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준 엄마, 아빠"가 부재한 현실을 고백하고 있듯, "'없음'의 상실감을 안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치열하게 녹아" 있는 시집이다.

 이승일 시집 '가족사진'(한그루, 1만 5000원)은 표제처럼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시들로 채워졌다. 시인은 "꽃 닮은 사람"과 "체온 나눠" 산다고 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간들을 가꾸게 되었다"는 강순자 시인은 '눈썹달과 새벽 별'(열림문화, 1만 2000원)을 내놓았다. 제주시조시인협회는 2021년도 제주도 양성평등지원사업으로 진행했던 시화전 출품작을 '그 이름에 나는 없어'(비매품)란 제목의 작품집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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