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번 제20대 대선은 각 지방정부가 중요 현안을 어필하고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반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10대 어젠다와 핵심과제 40개를 발굴하고 대선 후보 공약에 반영해 달라며 여야 정치권에 전달했다.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제야 제주 관련 공약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시일이 촉박한데다,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 기회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와중에 불쑥 해저터널(제주-서울 고속철도) 건설 공약이 등장했다. 해저터널은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에 의해 처음 제기됐던 사안이다. 2002년이면 제주도로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돼 국제자유도시로 본격 비상을 시작한 시기다. 2007년 9월엔 제주도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정부에 해저터널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도민사회에 알려졌다. 2010년 국토해양부 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성이 낮은 걸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도 2012년 10월 '제주 해저고속철도의 신중한 검토 이유' 보고서에서 부정적 의견을 발표했다. 이후 10년 만에 제주사회에 다시 던져진 화두다. 당시 도민들이 우려했던 섬 정체성 훼손, 쓰레기 등 환경 악화와 체류형 관광지 전락 등 부정적 요소들은 여전히 상존한다. 수년간 제주사회를 갈라놓는 현안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반대의 주요 논리 가운데 하나는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섬의 과부화다. 환경훼손에다 교통난과 쓰레기 처리난에 따른 삶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한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이러한 우려가 사라질까. 아닐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낮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도민사회가 소외됐다는 점도 아쉽다.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장점도 물론 있다. 20년 전 처음 제기됐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진보한 지금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제주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도 많이 변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해저터널에 대해 도외시하거나 공약 자체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일 단계는 아니다. 어떤 공약이든 실현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신중하고,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 점은 해저터널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어쩌면 바다로 둘러싸인 화산섬 제주도의 명운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해저터널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물류의 이동이나 혹은 관광객을 위한 접근의 편의성만을 내세운다면 기존의 대규모 토건적 개발방식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도민사회의 설득력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 환경 보물섬으로 인정받는 제주도가 지향해 나가야 하는 방향성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윤형 선임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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