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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특별재심 개시 '결정'… 美군정 판결도 다룬다
일반재판 34명 중 33명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
"미국이 넘긴 관할권에 재심 권한도 포함됐다"
"명예회복이 우선"… 조카까지 청구권 인정돼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2.15. 12:02:42

1948년 5월 5일 제주에 도착한 미군정 수뇌부. 조병옥 경무부장(뒷줄 오른쪽 경찰제복). 사진=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제주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제주4·3 당시 미군정(태평양 미국 육군 총사령부)이 내린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이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4·3 군법회의(직권재심)에 이어 일반재판에 대해서도 '특별재심'개시가 결정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947년 4월부터 1950년 4월 사이 일반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34명 가운데 33명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개시 결정을 받지 못한 1명은 이미 공소기각(1950년 광주형무소 사망 직후) 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가 기각됐다.

재심 개시가 결정된 33명은 1947년 3·1사건과 1948년 제주4·3 과정 등에서 군·경에 체포, 미군정의 '포고 2호·법령 19호' 혹은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일반재판에 넘겨져 옥살이를 하거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들이다. 33명 중 생존자는 고태명(90)씨가 유일하고, 나머지 재심 대상자는 유족이 대신 참가했다.

앞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 과정에서는 '미군정이 내린 판결을 대한민국 법원이 판단할 수 있을지', '청구권자를 조카까지 볼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945년 9월 7일 당시 미국 육군대장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명의로 된 포고 2호에는 '보안을 해친 자, 공중 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등은 점령군(미군) 군법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한 후 사형 또는 엄벌에 처한다'고 명시했는데, 미군정은 이를 근거로 제주도민에 대한 검거에 나선 바 있다.

먼저 미군정에 대해 재판부는 "미군정 재판이 당시 수립 중인 대한민국 정부의 사법체계에서 완전히 분리됐다고 볼 수 없고, 불가침적 지위를 갖는 절차도 아니었다"며 "즉 미군정 재판은 당시 주권국가로 거듭나고 있던 정부의 사법체계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1948년 10월 5일 새롭게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군정 재판을 받은 한국인에 대한 관할권을 인수했는데, 여기에는 '판결의 효력을 상실시킬 효력(재심·사면)'까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구권자 범위에 대해서는 "4·3특별법에 명시된 특별재심은 오로지 희생자 본인의 직접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절차"라며 "즉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의 자격이 그 희생자의 권리구제 유무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조카가 청구권자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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