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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옳고 그름의 기준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2. 02.23. 00:00:00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겠다. 언제 속임수를 쓰는지 언제 딴 짓을 하는지 한시도 긴장을 풀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백발백중 당한다."

2017년 1월에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조인성)의 마지막 대사 중 일부이다. 당시 이 영화는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소추 상황과 맞물리며 큰 주목을 받았었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싶은 박태수가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며 '킹'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권력과 폭력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허구'임을 표명했으나 인트로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실제 연설장면과 대선장면을 삽입하며 마치 '그럴 것 같은' 리얼리티를 살렸다. 때문에 영화 속 사건들은 상상된 것이었으나 실제 영상자료와 어쩔 수 없이 연상되는 사건들의 기시감으로 현실과의 경계는 몰입도와 함께 흐려진다. 그리고 정의와 신념이 소멸한 소위 '1% 정치 검사'의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 속에서 철저히 이기적인 개인의 선택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을 우회적으로 담고 있다. ‘더 킹’에 한강식은 고된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평범한 99%에 속했던 박태수에게 '역사적으로 흘러가'라며 조롱하듯 당당하게 소리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그들의 '1%' 일상은 화려하지만 고상하지 않고 그들이 쥔 권력은 그릇된 폭력으로 얼룩져 견고하지 않으며, 사소한 행동들 또한 신중함은 찾을 수 없어 천박하게 그려진다. 그러하기에 결국 무너지게 되는 권선징악으로 99% 평범한 사람들의 상실감을 메우는 듯 하지만 영화는 스크린 밖으로 모든 영화적 순간을 관통한 '총알'을 내보낸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최소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그것은 민심에서 비롯돼야 하며 선택 또한 국민에 의한 것이라는 이치를 전달한다.

5년 전의 영화가 기억 속에서 현재로 소환되고 그때 추운 거리를 가득 채우던 뜨거운 '촛불'이 또다시 아른거림은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5년 전과 지금,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하는 물음이 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킹’에 나오는 사건들과 '야바위'로 비유되는 정치판의 자극적인 내러티브는 지금도 유효하게 오버랩된다. 영화에서처럼 반공 이데올로기부터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은 한국 현대사와 함께 흘러왔고 현재도 그러하다. 그러나 다른 이념이 서로를 향하는 칼이 아닌 함께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 돼야 함을, 그래야 두 다리로 내딛는 발걸음과 같이 정치와 사회, 문화와 경제가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그리고 그런 상식과도 같은 이치가 어긋나면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또한 5년 전 유독 시린 겨울을 보내며 깨달았었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뻔하게 흘러온 듯 하지만 뻔한 역사에 제동을 걸고 미세하지만 방향을 틀었던 순간엔 바로 민심이 있었다. 그 순간들을 각인하며 따뜻한 봄을 기약하고픈 겨울 끝자락이다. <김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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