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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왕벚나무, 전국에 뿌리내릴까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 창립준비위 공식 출범
"국내 벚나무 대부분 일본산… 한국특산종 대체해야"
벚나무 수종 조사·제주 자생 왕벚나무 심기 운동도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2. 02.24. 14:18:14

한라산 관음사지구 왕벚나무. 한라일보 DB

제주 한라산에서 자라는 왕벚나무를 전국에 알리고 심는 운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국내에 심어진 일본산 벚나무를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걸음을 뗀 것이다.

25일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각계 인사 111명이 참여하는'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 창립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조만간 법인 등록이 마무리되면 국내외 벚나무를 조사하고 연구, 홍보하는 사업에 들어간다.

'왕벚프로젝트 2050'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왕벚나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버젓이 제주와 해남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인 왕벚나무가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 심어진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 소메이요시노벚나무라는 문제 인식이 바탕이 됐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봄이 되면 우리나라 전국에서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그곳에 심어진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는 것은 이미 학술적으로 밝혀졌다"며 "한국특산종인 왕벚나무와 일본특산종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소장은 이어 "1960년대부터 심어진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수명이 60~80년으로, 조만간 수종을 교체해야 한다"며 "일본특산종 대신에 왕벚나무가 자리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벚프로젝트 2050이 왕벚나무를 주목한 것은 단순히 일본산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벚꽃 독립'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왕벚나무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한다. 왕벚나무는 한라산 자생 개체들이 각각 고유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데 반해,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단일 유전자로 구성된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왕벚나무가 기후변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력이 높고 신품종 개발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왕벚프로젝트 2050는 제주 한라산에 자라는 왕벚나무를 전국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초대회장을 맡은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 원장은 최근 열린 창립총회에서 "한라산에 자라고 있는 왕벚나무를 널리 알리고 이를 심는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진해와 경주, 구례, 군산, 부산, 여의도, 제주 등 국내 벚꽃명소와 국회의사당, 현충원, 왕릉, 유적지 등에 심겨진 벚나무 수종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173곳에 왕벚나무 194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라산 왕벚나무 자생지를 조사한 결과다. 자생지는 오등동과 봉개동, 물장오리오름 일대에 넓게 형성돼 있으며 광령천, 어승생악, 색달천 상류 등 한라산 산허리를 중심으로도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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