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개최 성공을 자화자찬하고 나섰지만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완전히 달랐다. 시작 전부터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시끄러웠던 올림픽은 개회식의 한복 문제에서 시작해 쇼트트랙 편파 판정 시비로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이 가뜩이나 가라앉지 않고 있는 반중감정을 더 자극하는 계기가 돼버렸다. 참 묘하다. 올해 2022년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해이다. 1992년 한중수교는 어렵게 성취한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이자 우리 기업 세계화의 출발이나 다름없다. 당시 중국은 천안문 사태 이후 외부의 투자가 절실해지면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잠시 내려놓았고, 우리 역시 대만과의 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경제의 국제화를 위해 한국과 중국 모두 전통적 우의보다 필요에 따라 결단을 내렸지만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양국 무역액은 60배 이상 증가하면서 성공적인 경제협력을 이뤄낸 건 유례없는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30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고 있다. 아마 양국 간 상대방을 바라보는 인식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좀처럼 나서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필자는 양국 간 교류가 많기 때문에 갈등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중요한 것은 한중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인데, 살얼음판을 걸으며 실익을 우선시하는 외교관계 속에서 각 영역별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하나로 묶어서 극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많은 외교당국자와 전문가, 학자들은 서로 같은 점을 추구하고 차이점을 인정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하며 한중 간 사상적 이념,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존중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고 주장하지만 구동존이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을 추구한다는 뜻 속에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를 상대에게 강요하면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한국은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및 사안에 따른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올해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긴 했지만 한중관계는 과거 30년과 미래 30년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이라는 시대착오적 방법론으로 회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한중관계가 정치와 경제, 외교, 문화, 한반도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불가분의 관계가 지속되는 이상, 한중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우리의 대(對)중국 전략도 실리적인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접근해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 나가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동균 한남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