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인구의 증감과 도시의 쇠퇴에 따라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한다. 교통, 주거, 에너지, 쓰레기나 생활 하수의 처리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통적인 방식은 물리적 해결이었다. 또한 인프라 시설의 확충은 도시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지역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로써의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 방식은 유한한 지구환경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이에 ICBM의 핵심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도시문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 및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시 플랫폼 개념으로 '스마트 도시'가 출현하게 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스마트 도시는 미래의 생존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스마트 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향후 지자체에서도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사업 시행 전 스마트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18년 세종시와 부산시를 스마트 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했다. 세종시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부산시는 로봇과 물 관리 관련 신사업을 주요 테마로 하는 스마트 도시로서 시범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제주시도 2020년 스마트 챌린지 사업 도시로서 선정돼 교통 문제, 에너지 분야에 중점을 둔 스마트 솔루션 확충 시범 본사업이 진행됨으로써 스마트 도시로서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 도시 관련 사업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의문점이 있다. ICT 기술 적용이 스마트 도시의 출발이지만 궁극적으로 도시 정책은 도시민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도시 사업에 도시와 건축에 관련된 행정은 물론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라는 불변의 선언은 도시를 이루는 여러 요소 중에서 도시민의 일상이 그 중심에 있음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비롯된 '정체성'과 '커뮤니티'가 주요한 가치이며 스마트 도시에서도 이러한 가치 실현을 위한 인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ICT 전문가와 더불어 도시건축 전문가의 공조가 절대적이다. 1980년대 중반, 건축계의 베스트셀러 중에는 피터 블레이크가 쓴 '근대건축은 왜 실패하였는가'가 있다. 저자는 근대건축이 기술, 이론, 이즘(-ism)의 환상에 얽매여 건축의 근간인 사람을 건축으로부터 배제한 것을 실패의 이유로 주장한다. 이는 현재의 스마트 도시의 근본 철학으로 동등하게 작동한다.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 도시는 왜 실패하였는가'가 우리 후대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양건 건축학박사.제주 공공건축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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