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에 갇힌 박진경 추도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씌워진 '감옥'(본보 14일자 4면)이 조만간 철거된다. 14일 제주도보훈청에 따르면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감옥 조형물을 설치한 시민사회단체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이 달린 조형물은 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4·3, 시민사회, 노동 등 16개 단체가 지난 10일 설치했다. 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던 박진경을 추모하는 행위 자체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도보훈청은 해당 조형물이 원상복구 명령 처분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 부지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라는 것이다. 앞서 도보훈청은 박진경 추도비를 유족과 특수전사령부 등에 인도하려 했지만 모두 거부하면서, 결국 지난해 공유재산인 현 부지로 추도비를 옮겼다. 제주호국원 추진으로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던 추도비 이설이 결정됐고, 도보훈청이 제주도 소유 초지에 '점·사용허가'를 받아 추도비를 옮긴 것이다. 도 보훈청 관계자는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해당 조형물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는 "조형물은 박진경의 4·3 당시 만행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이 들어와도 자진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박진경 추도비가 불법 지장물이다. 도보훈청이 의지만 있으면 옮길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호국원 근처에 설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향후 제2, 제3의 방법으로 4·3 역사와 관련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제9연대장으로 제주에 부임한 뒤부터 무차차별 학살을 감행했으며, "제주도민 30만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제주4·3 학살의 주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부임 한 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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