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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제주 이·통장 임명·해임 읍·면·동장 권한 이대로 괜찮나
'이장·통장·반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 담긴 해임 요건 불분명
소명위원회 구성 의무 조항 아니고 자의적 해석 가능성도 있어
"주민주체성과 주민자치 강화 방안 마을운영규약 반영 노력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3.21. 17:32:47
각종 개발 사업 등으로 제주지역 이·통장의 임명·해임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읍·면·동장이 이·통장에 대한 임명·해임 권한을 갖는 게 적절하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마을회에서 선출한 이·통장을 행정 규칙에 따라 임명하는 모순과 함께 해임 요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시 연동에서는 모 통장에 대한 추천 철회와 해임 요청 건이 다뤄졌다. 해당 통에 속한 마을회에서 1월 27일 연동장에게 통장의 마을 민원 무단 처리, 마을 복지 증진 사업 방해, 주민 갈등 조장 등을 주장하며 해임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연동장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28일 마을회에 회신을 보내 "해임 요청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적합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해임 불가 결정을 알렸다. 그러면서 "통장에게 마을회와 폭넓은 소통에 노력하고 그 역할에 보다 더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제주도 이장·통장·반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은 읍·면·동장은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때,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품위 손상 등 주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때 등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임기 중이라도 이·통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별도의 소명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이는 해임 대상자와 관계 없는 주민 등 5명 이상 10명 이내로 성별 균형을 고려해 꾸려야 한다.

연동에서는 해임 건이 접수된 후 통장 소명 청취, 통장과 마을회 측 직접 대면 등 세 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 소명위원회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명위원회 구성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마을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려는 행정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때' 등 해임 요건도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해임 조항에 '해당 리·통·반의 주민등록상 세대주의 2분의 1 이상이 연서해 요청했을 경우'(김제시)로 구체화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도내 마을문화기획가는 "이·통장을 마을 행정의 관리자로만 한정하지 말고 민의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주민주체성, 주민자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마을의 중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운영규약의 실태를 파악하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 등을 담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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