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요인을 규정한 대법원 양형 기준엔 '진지한 반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종종 법정에서 반성은 감형 전략으로만 악용될 뿐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N번방 조주빈은 1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에 대해선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반성하는 일이 영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을 바로 잡는 건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성 없이 반성문을 악용한 그들이 잘못된 것이다. 국토부의 항공로 레이더 공사가 최근 재개됐다. 건설 예정지는 절대보전지역이자 오름이다.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도는 지난해 공사를 허가했다. 도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부지 변경을 요청했지만 공사 재개를 막을 수 없었다. 제주도가 부지 변경을 요청했다는 건 애초부터 허가를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부지 변경 요청 공문엔 자신들 잘못은 온데간데 없고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거나 '도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등 핑계만 가득하다. '우리가 허가를 잘못 내줬으니 잘못을 바로 잡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도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떠는데 미덥지 않다.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갈등이 우려되고 도민 정서에 어긋난 곳'에 규정까지 무력화하며 허가를 내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이상민 정치부 차장 >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