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OTT서비스 회사에서 제작해 공개한 '앤디 워홀 다이어리'를 흥미롭게 봤다. 실제 워홀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6부작 미니시리즈인데, 내레이션이 실제 워홀의 목소리다. 사실 워홀의 목소리에 거의 가까운 것인데, 그게 가능했던 건 AI 기술 때문이었다. 배우 빌 어윈이 대사를 녹음하고 워홀의 억양을 통합해 음성 변환을 시켜 마치 실제 워홀의 목소리인 것처럼 창조 혹은 복제했다. 다큐멘터리의 원작이 되는 책 '앤디 워홀 다이어리'는 매일 워홀이 저자인 패트 해킷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의 일상을 말하고, 워홀의 육성을 담은 기록에 가까운 글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워홀 사후에 출간된 것이다. 구두로 쓰인 것과 다름없는 일기를 다시 목소리가 입혀진 영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점이 의미 있다. 다큐멘터리를 위해 죽은 목소리를 살려내는 AI기술이 절묘하게 사용됐다니 새로운 기술에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감상의 생생함 차원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새로운 기술의 긍정적인 부분을 만끽하기 전에 늘 뜻밖의 부정적인 면도 함께 드러나곤 한다. 죽은 이는 동의한 바 없는 소환은 과연 윤리적인가에 대한 문제와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일에 충실해야 할텐데 가짜로 만든 목소리를 넣는 것은 다큐멘터리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목소리뿐만 아니라 가상현실로 죽은 이를 복원하는 시도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함께 탄생한 새로운 '문제' 혹은 '사고'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첨단기술로 즐기는 신선한 콘텐츠가 기껍기만 하다. 이렇게 워홀의 내밀한 일기를 감상하고 글을 쓰던 와중에 이런 기사를 접했다. 크리스티가 다가오는 5월 경매에 워홀의 대표작인 마릴린 먼로의 초상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시작가가 역대 최고가다. 자그마치 2억 달러로 한화로 약 2431억 원이다. '샷 마릴린'시리즈의 일부인 이 작품은 모두에게 친숙하듯이 내게도 아주 친숙한데 제주도의 한 미술관에 이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리즈가 뉴욕의 모마에도 있다. '샷 마릴린'은 워홀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하고 비싼 작품인 것은 사실이고,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 되려는 것 같다. 워홀은 살아 있는 그 어떤 예술가보다 더 자주 매체에 노출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소환되고 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상한선이 없이 올라간다.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는데 죽은 이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적어도 내가 체감하기에 워홀은 아직 생생히 살아있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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