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한라일보 DB 국립수목원 "제주 왕벚과 일본 왕벚, 다르다" 발표 "왕벚나무 자생지 우리나라가 유일" 반박 여론 비등 60년 전 경남 진해 왕벚 제거 움직임 되풀이 우려 왕벚나무 기원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가 연구기관인 국립수목원이 우리나라 고유종인 왕벚나무의 '식물 주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그동안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왕벚나무 자원화·세계화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일보는 이번 논란의 핵심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2018년 국립수목원의 발표다. 국립수목원은 같은 해 9월 '세계 최초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와 함께 공개한 연구결과에는 "유전체 비교 분석 결과 제주도 왕벚나무는 일본 도쿄와 미국 워싱턴에 심겨 있는 일본 왕벚나무와 뚜렷하게 구분되어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설명대로라면 왕벚나무는 제주산과 일본산, 두 개의 종으로 나뉘게 되는 셈이다. 뒤늦게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전부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있어 왔다. 특히 '일본 왕벚나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이에 국립수목원 측은 "'일본 왕벚나무'는 제주왕벚나무와의 비교를 위해 샘플을 채집한 곳이 일본이기도 해 이해하기 쉽게 쓴 표현이고, 정확히 말하면 재배종"이며, 해당 연구에는 그 기원에 대한 연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박도 거세다. 현재까지 왕벚나무 자생지가 확인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제주·해남 대둔산)가 유일해 '일본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데도 이를 간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 235그루의 2.1%(5그루)만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 등 유전적으로 더 살펴야 할 부분이 남았는데도 결론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도 있다. 보다 정교한 한·일간 왕벚나무 친자확인을 거치면 국립수목원의 발표와 달리 두 왕벚나무의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식재돼 있는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국립수목원 발표를 정면 반박한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최근 전국 규모의 단체가 만들어고 우리나라 각처에 심어진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며 베어 내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국에서 벚꽃축제로 유명한 경상남도 진해의 벚나무가 모두 사라질 뻔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진해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도시 미화용으로 벚나무를 심었는데, 이를 일재 잔재라고 여긴 시민들은 광복 후인 1960년대 초 벚나무를 마구 베어 냈다. 모두 잘려 나갈 뻔한 벚나무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1962년 제주 출신 부종휴와 국립과학원장이었던 박만규, 두 식물학자가 제주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하면서다. 이는 벚꽃도시 진해를 되살리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딱 60년 후인 지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왕벚나무 기원에 대한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