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주공항 활주로 인근 몰래물 마을 터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그들은 2~3분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빗돌만 남은 몰래물(사수동) 터에 끝내 주저앉았다. 나라에서 공항을 만들고 넓힌다기에 속절없이 삶터를 떠나야 했던 이들이 이번엔 마을 벚나무 제거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제주시 도두2동 몰래물 일원에서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도로 확장을 이유로 제성마을 벚나무를 베어낸 제주시를 향한 원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나왔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낭싱그레가게 2가 공동으로 마련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를 통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몰래물의 기억을 안은 제성마을 사람들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문화예술계 등 약 50명이 함께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행사가 진행된 도두 사수항에서 몰래물 마을 터까지 이동한 이순실(96) 할머니는 전직 해녀로서 맑은 물이 흘렀던 홀캐가 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며 '똥물'로 변해버린 현실을 들려줬고, 권재섭(89) 할머니는 '벚나무를 살려달라'는 퍼포먼스를 지켜보며 또 한 번 울음을 터트렸다. 행정 당국의 진심 어린 대책과 사과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에 동행한 제성마을 사람들은 제주 도민들과 예술인 등이 준비한 몰래물 본향당인 할망당 비념, 시 낭송, 생명 돌봄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위무의 춤 등에 위로를 받은 모습이었다. 17일 제주공항 활주로 인근 몰래물 마을 터에서 춤과 음악이 함께하는 위무의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17일 몰래물 본향당인 할망당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 행사 참가자가 제성마을에서 잘린 벚나무를 심은 화분을 놓고 비념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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