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있는 젊은 남자는, 머리를 단정히 자르고 검정 바지에 검정 셔츠를 차려입은 모습이다. 그는 해변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좌우를 살피며 때론 걸어서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갔다가 다시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돌아온다. 해무에 가려진 바다는 옅은 옥색을 띠고, 해변의 끝에서 보면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건물들도 해무 속에 빠져 있다. 그는 해안도로의 카페에서 해변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비록 소리를 치지는 않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만한 몸짓을 하며, 사람들이 해변 깊숙이 들어가는 걸 제지하는 것이다. 그가 해변에 서서 걱정하는 것은 물때이다. 물이 들어오고 있으며 안개는 더욱 짙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조심하느라고 하지만 더러 사진을 찍느라 해변을 오가고, 더러는 짐벌에 핸드폰을 달고 물 가까이 나아가 동영상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기도 하다. 나는 저 청년을 알고 있다. 그는 리사무소나 읍사무소의 직원이 아니며 그런 곳에 고용된 일용직 젊은이도 아니다. 마을에 옷가게를 열고 있는 육지에서 온 젊은이며, 이 마을 출신의 여인과 결혼을 했다는 특별한 연고가 있다면 있다. 나는 그 여인도 알고 있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다섯 살 된 아들의 어머니이며, 손님이 없는 시간에 재봉틀로 자수를 놓거나 사뜨기를 한다. 언젠가 내가 이 동네 서점에서 시낭독회를 가진 적 있는데 그때 처음 보았고, 그 후에 다시 본 적이 있으며, 최근에 동네 산책을 다니다 눈이 마주치면 먼저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여인이다. 윤기 있는 머리를 묶어 올리기도 하지만 어깨 밑으로 등까지 머리를 풀어내리기도 한다. 나는 포구식당에서 해물라면을 먹으며 내 모습과 가게의 뒷면을 비치고 있는 거울을 본다. 비쩍 마른 얼굴의 60대 여주인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인다. 여주인은 나를 지나쳐 가게 창가 쪽으로 가서 해변의 청년을 잠시 바라본다. 청년은 지금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마을 사람이 관광객들에게 준치를 파는 자리 바로 근처에 서 있다. 해무가 짙거나 풍랑이 거센 날 해변에 나와 외지 사람들이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청년은 3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으나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고, 아내가 하는 옷가게를 들락거리거나 마을 해변이나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해무가 밀려가고,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오늘은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아내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포구식당을 나와 해변도로 갓길을 따라가다가 청년과 마주치고,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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