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이름 중 살아남은 '한라산' '동국여지승람'이라는 책에는 그 뜻과 함께 한라산이라는 명칭이 기록됐고, 이와 함께 두무악과 원산이라는 명칭도 사용했다. 이 책은 1481년(성종 12)에 편찬한 지리지이다. 그 후에 나온 '탐라지'에는 여기에 더해 부악이라는 명칭이 추가됐다. 이 책은 1653년(효종 4)에 제주목사 이원진이 편찬한 전라도 제주목·정의현·대정현의 읍지이다. 나잠(拏岑), 영잠(瀛岑)이라는 이름도 나오는데, 이는 '홍재전서'에 나오는 표현으로 제문에서 사용했다. 이 책은 조선 정조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799년(1차), 1800년(2차)에 간행한 시문집이다. 아마도 제문의 형식상 문장구조에 맞추다 보니 두 글자로 표현해야 했고, 한라산의 '라' 및 영주산의 '영'과 산봉우리를 뜻하는 '잠'을 결합해 탄생한 명칭이라 한다. 영주산이라는 명칭은 '택리지' 등 여러 문헌에 나온다. 어떤 문헌에 나오는지는 이후 다루면서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양해를 구하고 넘어가야겠다. 이 글을 쓰는 데는 여러 문헌을 참고했다. 그 저자의 이름이나 저작물의 제목 등 일일이 밝혀야겠지만 신문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결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차후에 밝힐 것이다. 한라산 한라산의 뜻을 밝히기 위한 과정 이렇게 많은 이름을 제주도 선주민 혹은 원주민들이 한라산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18개의 말이 다 다른 것인가 그중 일부는 같은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진화는 비스트(VIST)가 조화를 부리면서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이 말 중 비스트의 첫 번째 요소인 변이에 해당하는 것은 없을까? 있다면 그것은 어떤 말에서 파생했다는 것인가? 이 말들을 최대한 같은 변이 혹은 공동조상에서 나온 말들을 최소한의 유형으로 구분해 보자. 이런 방법은 생물학에서 유집분석이라 한다. 요즘은 사회학이나 언어학에서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이 분석에서는 통계학적 방식을 사용한다. 통계적인 방식이란 우선 어떤 형질의 존재 여부를 따지고, 수많은 형질에서 이런 특성을 가상의 어떤 공간 - 이것을 '차원'이라 한다- 위에 배치한다. 그래서 이들 형질의 묶음이 어떤 종 혹은 어떤 단어와 가까운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한다. 이때 가까운지 먼지를 계산하는 것이 통계적 방식이다. 이 경우 관점이나 이미 증명된 특수한 친소관계가 있을 때 거기에 가중치를 줄 수가 있다. 예컨대, 식물의 종을 분류하면서 겨울에 낙엽이 지는가 낙엽이 지지 않는가 하는 형질보다는 꽃이 피는 식물인가 그렇지 않은 식물인가에 가중치를 더 높게 주는 방식이다. 유집분석을 통해 얻은 이란어계의 계통 관계. 한라산 명칭 유형 여기서 한라산을 지칭하는 여러 명칭을 유형 구분하는 것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논증이나 서술의 과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통계학적 방식으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변수라면 다음의 6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유형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런 건 앞으로 자연스럽게 바로잡히게 될 것이다. ① 나잠, 영잠 ② 영주산 ③ 두모악, 두무악 ④ 가메오름, 부악, 혈망봉 ⑤ 두리메, 원산 ⑥ 하로산, 한라산, 한락산, 한로산, 할락산, 할로산, 할로영산, 한로영주산 이 중에서 ① 나잠, 영잠의 유집은 의도적으로 한라산의 '라' 및 영주산의 '영'과 산봉우리를 뜻하는 '잠'을 결합해 만든 이름이라 했으니 우선 제외할 수 있다. 이제 나머지는 6개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유래했으며, 그 조상어는 어디에 있고 친척어는 어디에 있는지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같은 조상에서 나왔는가? 제주도인을 형성한 사람들은 어디서 왔는가? 결국엔 제주도 선주민의 형성과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탐험이란 성공을 전제로 출발하는 것이지만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 탐험은 성공해야 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한라산의 명칭이 무슨 뜻이며,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였는가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