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책세상] “기억과 균형 이룬 망각 반드시 필요”
스콧 A. 스몰의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22. 06.03. 00:00:00
‘기억 전문가’ 저자, 망각에 주목
“잊는 게 너무 적으면 고통의 감옥”

미국 컬럼비아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장이자 노화·치매 관련 연구를 하는 저자 스콧 A. 스몰은 책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에서 '망각'에 주목한다. 최첨단 뇌과학의 연구 결과에 지금껏 만나 온 여러 환자와 주변인의 사례를 녹여내며 '망각의 과학'을 조명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나는 기억 전문가이지만 내가 듣는 이야기는 모두 망각에 관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병적 망각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에 관한 불평"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증상 중 대다수가 병적 망각, 즉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는 우리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망각증상이며 키나 다른 특징처럼 자연스럽게 저마다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인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억과 균형을 이룬 망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을 받아들이도록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고, 정서적 행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너무 많이 기억하면, 다시 말해 잊는 것이 너무 적으면 고통의 감옥에 갇힌다"며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도 망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출판사는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뿌리내린 '기억 강박-망각 공포'를 직시하고 완전히 뒤집어 보자고 제안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저자가 과학자로서 택한 최선의 방식은 망각의 이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를 거꾸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책은 프롤로그 '고화질 사진 같은 기억력을 원하는 당신에게'를 시작으로 7개의 챕터(정상적 망각, 자폐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분노와 공포, 창의성, 편견, 알츠하이머병과 향수병)에서 '망각의 과학'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에필로그 '그래서 치료법이 뭡니까?'로 끝을 맺는다. 하윤숙 옮김. 북트리거. 1만7500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