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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제주살이] (37)바다의 죽음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22. 06.07. 00:00:00
모처럼 비가 오고, 나무줄기를 타고 빗물이 흐릅니다. 대문에서 마당 안으로 경사면을 따라 빗물이 타고 오고, 나는 문득 '물을 받는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생각할수록 신비한 이 액체를 우리말로 '비'라고, '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 좋습니다. 그 물은 인간의 삶과 탯줄로 이어집니다. 태양계 바깥의 다른 은하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까지 태양계 안에서 광대한 바닷물을 지표면에 가지고 있는 별은 지구밖에 없다고 하지요.

과학자들은 '젊은 물'이라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단어를 씁니다. 지구에서 우주로 빠져나간 소량의 물은 지구 내부에서 만들어져 솟아나는 물질들 속에 섞인 물이 새로이 더해지며 균형을 맞춥니다. 지구 내부에서 생성된 이 물을 '젊은 물'이라 칭하는 것이죠. 우주로 빠져나가는 물과 내부에서 더해지는 젊은 물의 균형은 지구 표면의 물의 총량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합니다. 물의 존재는 지구를 특별한 존재로,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었지요. 물의 결정처럼 아름다운 보석들이 우리 몸속에서 반짝입니다. 그러나 물의 몸은 훼손되고 썩기 쉬우며 한번 변질되면 돌이키기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생명을 지닙니다. 인간의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싸움을 하는 것처럼 지구별의 몸 또한 고투 속에서만 아름답습니다.

제주는 물이 만든 섬입니다. 그리고 물을 만드는 섬입니다. 그 제주 바다가 생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다는 보고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수나 쓰레기가 용량 이상 유입되면서 '시설'도 부족하지만, 정화된 물을 바다에 내보내도록 '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완전한 발상의 전환 없이는 제주 바다를 살릴 수 없으며, 새로운 것을 생각하지 않고는 죽어가는 제주의 물을 생명의 물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데 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방선거가 끝난 이즈음 물어봅니다.

화석 인류 루시는 아프리카 사바나 평원에서 발견되었지만 악어 알, 게의 집게발, 해안의 모래와 함께 부식된 채로 발견되었지요. 이것은 중요한 역사적 발견으로 어쩌면 인류의 처음 조상들은 물속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은 물속을 처음 두 발로 걸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만듭니다.

생명현상의 근원인 물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리얼리티이며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최상의 판타지입니다. 회귀의 열망이 맺히는 장소이며 미래의 우리가 태어나는 곳입니다. 우리의 상상력과 생명력의 보고인 제주 바다를 다 같이 걱정합시다. 거품 속의 방울 하나도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을 것입니다.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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