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이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6주년을 맞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7월 1일 제주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2004년 '제주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해 던진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 제주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오로지 제주도민과 제주도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노 대통령은 자치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동독의 사례를 꺼내 들었다. "동·서독 통합후 동독주민들이 가장 어려워 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잘 몰랐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고 이끌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오랜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하는 시대에 서독사람보다 역량이 뒤떨어진 것이다." 그는 '제주특별자치도'란 큰 선물을 안겨주기에 앞서 도민들의 자치역량을 우려했다. 정부에서 넘겨주는 권한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 걱정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우려속에 출범한 제주자치도가 16주년을 맞게 됐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도민들의 자치역량은 늘었다. 제주 정치권의 역량은 여전히 수준 미달이다.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를 잘 보여 주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4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의석수를 기존 7석에서 8석으로 1 석을 늘렸다. 비례대표는 직능·세대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사회적 약자 등 소외계층에게 의정 활동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도의원 배정은 여야 도당 실세들의 '자기사람'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졌다. 비례 의석수를 늘리고 자기네 밥그릇만 더 챙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례대표를 통해서 보여줘야 할 정치적 지향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진보당 등 소수 정당은 비례의석을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지역구 선거구도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2개 도의원 선거구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참정권을 박탈당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시범자치도'라고도 불린다. 이번 선거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증명해준 선거였다. 현재처럼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가 불가능하다. 거대 여야 정당의 지배체제가 '철옹성'처럼 굳어질 경우 사회적 약자와 소수 정당들은 영원히 이들의 지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주도의원 선거구에서 2인 이상을 선출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놓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형 개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 놓고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제주도에서 만이라도 소수가 외면받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건강한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시대가 만든 후진적인 정치구조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된다. <고대로 정치부국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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