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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약식명령' 피해자도 명예회복
벌금형 선고 받은 하귀초·중 설립자 고창옥 선생
14일 특별재심에서 무죄… 90세 딸 "너무 기쁘다"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6.14. 14:26:58

지난해 5월 고창옥 선생에 대한 재심 청구 당시 모습.

제주4·3 당시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피해자도 70여년 만에 억울함을 풀었다. 하귀 초·중학교를 설립한 故 고창옥(1904~1981년) 선생 이야기다.

제주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4일 고 선생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 선생은 하귀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1947년부터 1948년까지 하귀중 동맹휴교와 무허가 집회 등을 개최한 혐의(포고령 2호 및 법령 19호 위반)로 1948년 4월 2일 약식명령으로 벌금 5000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고 선생은 경찰이 무고한 양민에서 총을 발사한 1947년 3·1사건과 관련된 집회를 열었다가 수배돼 일본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며, 귀국 이후에도 남한 단독선거 반대 등을 외치며 동맹휴교와 집회를 이끌었다.

이날 고 선생의 변호인은 "피고인(고 선생)은 해방 전후 하귀구장을 맡은 데 이어 학교까지 설립하는 등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라며 "4·3 당시 갖은 고초를 겪었고 벌금형 선고 이후에도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받기도 했다. 피고인이 죽은지 40년 이상 지났다. 이제라도 피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족에게 덧씌어진 굴레를 벗겨달라"고 요청했다.

장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있지만, 피고인이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청취한 고 선생의 딸 고순자(90)씨는 "당시 제주중학교 앞에서 사돈 식구와 식사를 하고 있는데, 경찰이 찾아와 아버지를 잡아갔다. (벌금형 선고 전까지) 서울에서 형무소 생활을 했다"며 "이제라도 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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