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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母와 절벽으로 간 40대 아들의 눈물
20일 증인석에 앉아 숨겨진 가정사 털어놔
15년 이상 부양 "일반 가정집과 같이 좋아"
작년 치매 증상·수억원 빚더미에 불화 늘어
"사안이 중하다"며 검찰은 징역 10년 구형
"통상 존속살해 동기와 다르다" 선처 호소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6.20. 16:56:07
치매에 걸린 80대 모친과 절벽에서 떨어진 40대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8)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사안이 중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의 한 해안도로에서 80대 모친과 타고 있던 차량을 11m 절벽 아래로 추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김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모친은 숨졌다.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김씨와 김씨의 부인 A씨가 증인석에 앉아 숨겨진 가족사를 눈물로 털어놨다.

진술을 종합하면 김씨는 A씨와 결혼한 뒤인 2000년대 초반부터 15년 이상 어머니를 부양했다.

김씨는 "평소 어머니가 아침밥을 챙겨주시고, 어디 갈 데가 있으면 차로 태워달라고 했다. 일반 가정집과 같이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발생했다. 건설업을 하고 있는 김씨가 시행사·시공사로부터 수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빚쟁이 신세가 됐고, 어머니 마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머니의 건망증이 점점 심해졌다. 불 위에 올려둔 냄비를 태우는 일이 잦았고, 나중에는 대소변까지 가리지 못했다. 사건 발생 전 내가 남편에게 사는 게 지옥같다고,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사건 전날인 3월 18일 어머니와 동반자살을 결심, 유서를 작성한 뒤 다음날 새벽 범행에 나섰다. 범행 직전 김씨는 어머니에게 "가게마씸(가시죠)"이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씨의 손을 잡고 "가자"라고 했다.

이후 김씨는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으며, 김씨의 재산은 채권자들에게 압류됐다. 심지어 어머니 빈소에도 찾아와 조의금까지 가져갔다.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생각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홀로 남을까봐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 통상적인 존속살해 동기와는 다르다"며 "오늘 방청석에는 피고인의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피고인의 사정을 이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선고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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