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이 무죄 선고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출입 기자단. 4·3희생자 14명이 검찰의 '즉시 항고'라는 시련을 뚫고 70여년 만에 억울함을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1일 4·3 당시 일반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14명의 특별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재판 피해자가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은 지난 3월 29일 33명을 시작으로 이번이 52명째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14명은 4·3이 한창이던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경찰에 강제로 연행된 뒤 재판을 받고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 혹은 사망한 사실이 인정돼 4·3희생자로 결정된 이들이다. 14명의 변호를 맡은 문성윤 변호사는 "지난 3월 재심 개시 결정으로 유족들은 이제 한이 풀리겠구나 안도했다"며 "하지만 검찰이 즉시항고하면서 유족들은 가슴이 쿵하는 충격을 받았다. 오랜 시간 가족의 유죄 판결로 오랜 세월 냉대와 트라우마를 감내한 세월이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유족들에게 검찰은 정말 무섭고 무서운 존재기 때문에 항고를 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성윤 변호사의 변론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유족. 제주지방법원 출입 기자단. 항고를 했던 검찰 역시 "70여년 간 유족이 당한 고통에 공감한다.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며 재판부에 무죄를 구형했다. 판결에 나선 장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한 뒤 유족들을 향해 "오래 기다렸다. 70여년 동안 갇힌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고 직후 아버지(박경생)를 잃은 딸 박희자씨는 "내가 8살 때 아버지가 경찰에 구타를 당하며 끌려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던 어린 소녀가 이제 80대 중반이 돼 법정에 섰다"며 "검찰의 항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아버지 묘소에 가서 안심하시라고 술 한 잔 올리겠다"고 말했다. 8살 때 아버지가 경찰에 구타 당하고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목도한 박희자씨가 80대 중반이 돼서야 법정에 서 증언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출입 기자단. 하지만 지난달 27일 광주고법은 "국무총리 산하 4·3위원회로부터 희생자 결정을 받은 14명의 희생자 결정 과정을 굳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울러 검찰은 재심 개시 결정 과정에서 의견 청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재심 청구부터 개시 결정까지 3달여 동안 아무런 의견도 제시한 바가 없다"며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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