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민선 8기 새로운 도정을 이끌 오영훈 당선자는 7월 1일 그 출발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의 취임식을 통해 열어나간다고 한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과거와는 달리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온 제주도민의 저력과 자긍심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한다. 당선자의 인식도 이와 같다면 취임사의 말들은 공소할 것만 같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특정 장소와 시간에 의해 드러나기도 하고 묻히기도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 어디에도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역사는 없다. 역사가 시간의 연속성 위에 있다면 우리는 지금도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라도 그 고난과 역경에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문화란 문화인과 문화생활처럼 일상용어로 사용할 경우 '편리한, 세련된, 지적인, 발전된' 것을 뜻하는 좁은 의미가 되고, 사회학에서 다루는 넓은 의미로는 한 사회 구성원이 가지는 생활양식 전부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제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다른 지역과 비교 우위를 말할 수는 없다. 이를 상대적 가치로 접근하지 못한다면 과대망상이다. 6월 한 달 정도 제주의 해안마을에서는 해녀들이 성게를 채취하는 시기다. 성게알의 고소한 맛으로 가파도와 비양도에서 채취한 걸 으뜸으로 여긴다고 한다. 며칠 비양도가 바로 보이는 옹포리 바닷가에서 채취한 성게의 껍데기를 가르고 알을 고르는 일을 도왔다. 성게알은 1㎏에 12~15만원 정도, 고가로 매매된다. 성게알을 고르고 물기를 제거한 상태에 따라 상품의 질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어촌계를 통해 널리 유통된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은 믿을 만한 해녀에게 부탁해 소량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 의미와 실체를 인식했다기보다는 매스컴과 관련 인사들의 말에 맹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인류무형문화유산 위원회의 등재 결정 이유는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점,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 관련 지식과 기술이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점' 등이다. 그럴 듯한 이유처럼 보이지만, 노동의 방법과 그 주체를 고려한다면 얼마나 위험하며 원시적인가. 문화를 빙자했다면 무지한 폭력이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저력 그리고 자긍심, 왜 이 말이 섬뜩하게 다가오는가. 불굴의 정신이라고 찬양하는 해녀들의 삶이 우리 제주도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닿아있는가. 해녀들은 뇌선과 구심 그리고 이지롱이란 약을 먹지 않고는 물질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제주의 자랑스러운 문화라고 내세우는 오늘의 해녀문화는 다른 한편으로 여성들에게 약을 과다 복용하게 하며 중독자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진실로 제주의 해녀문화를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일까.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