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패러다임 대전환, 도민 정부 시대, 집단 지성, 성숙한 민주주의, 제주인의 DNA, 도민(x39)'…. 이달 취임한 오영훈 도지사가 취임사에서 내놓은 말들이다. 오 도정과 인수위원회가 취임사와 정책과제를 통해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면 '집단 지성', '도민 도정' 등 고등학교 국사 혹은 윤리 책에 담길 법한 단어들이 많다. 그리고 제시된 내용들을 실제로 실현한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천지를 한 번 개벽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앞서 인수위원회는 전임 도정에 대해 "현안 대응력 미흡", "무사안일주의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제 오 도정은 스스로 비판한 전임 도정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보다 한 수 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 앞에 섰다. 제2공항 갈등, 저출생 고령화, 난개발 등 벌써 거대한 벽이 가로놓여 있다. "출발선에서는 누구나 우승자같은 기분이지. 하지만 출발선을 떠나면 승패는 가려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한 구절이다. 민선 8기는 이제 갓 출발선 상에 섰다. 선거 과정에선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될 수 있어도, 이제는 실현 가능성을 담은 검토와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8년 만에 바뀐 도지사가 뭘 하겠단 건지, 설득력있는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민들의 귀엔 '도민 도정', '제주인의 DNA'라는 허울 좋은 단어의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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