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 대부분이 사망 전 3개월 이내에 감정 상태의 변화나 대인기피, 식사·수면 변화 등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가족·지인들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정신과 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약 36%는 한 번 이상의 자살 시도 경험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2015∼2021년)간 자살사망자 801명과 그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행동 양상,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으로 검토해 원인을 탐색하는 것으로, 복지부는 2015년부터 매년 심리부검 결과를 분석하고 누적 자료를 종합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심리부검대상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경찰 등이나 유족이 의뢰한 19세 이상 자살 사망자다. 특히 이번 분석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가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29명의 사례가 포함됐다. ■ 94%는 사망 전 경고신호…과거 자살시도·자해 경험 상당수 심리부검 결과 대상자 801명 중 94.0%인 753명은 사망 전 3개월 이내에 평소와 다른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치심,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 등을 표현하고 평소보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많이 내며 멍하게 있는 등 감정 상태의 변화가 있었다는 유족의 응답이 243명, 32.3%(사망자 기준· 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또 평소에 즐기던 활동을 더는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는 등의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 등의 신호도 185명(24.6%) 있었다. 이외에도 식사나 수면의 형태가 평소와 달라졌다거나 자살,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하고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지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자해 행동이나 공격적·충동적 행동을 하고 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행동·정서 변화를 가족·지인 등 유족이 사전에 인지한 경우는 22.7%에 불과했다. 75.0%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2.3%는 인지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자살 사망자 중 298명(35.8%)은 과거에도 1회 이상 자살 시도를 했던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2명(10.2%)은 자신의 신체에 고의로 해를 가하는 자해 행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청년층(20∼34세)이 46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한편 자살사망자 중 710명(88.6%)은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것으로 추정됐다. 질환 추정은 유족이 질환명을 모르는 경우 보충적인 평가도구를 통해 이뤄졌다. 질환명이 확인된 사례를 보면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많았고 중독장애(32.8%), 불안장애(22.4%) 등이었다. 자살 사망 이전 3개월 이내에 도움을 받기 위해 기관을 방문했던 사람은 394명(49.2%)이었다. 자살사망자 사망 3개월 전 자살 경고 신호. 유족 등과의 면담을 통해 자살사망자가 사망 전 경험한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결과를 보면, 자살 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중복응답)와 관련된 사건이 가장 많았고 부채·수입감소 등 경제문제(59.8%), 동료와의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살 사망자의 고용상태를 보면 피고용인이 310명(38.7%)으로 가장 많았고 실업자 199명(24.8%), 자영업자 132명(16.5%) 순이었다. 경제 상태는 소득이 전혀 없거나(18.7%),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22.1%) 등 40%가량이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 50%는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1인 가구는 148명(18.5%)이었는데, 이중 청년층이 65명(43.9%)이었다.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심리상태를 보면, 유족 952명 중 906명(95.2%)은 사별 이후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793명(93.3%)은 우울 증상을 경험했고 580명(60.9%)은 중증도 이상의 우울상태로 파악됐다. 유족 중 566명(59.4%)은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사별한지 3개월 이하로 짧은 경우(61.2%), 25개월 이상으로 긴 경우(61.5%)에 자살 생각을하는 비율이 높았다. 고인과의 관계를 기준으로는 유족이 부모일 때(69.2%)가 가장 높고 형제·자매(61.1%), 배우자(59.3%), 자녀(56.5%) 순이었다. 자살사망자의 42.8%에 해당하는 343명은 자살 유족으로 나타나 자살시도자 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한편 유족 중 72%가량은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난이나 가족이 받을 충격 등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다고 답했다. ■ 2020년 이후 사망자 중 22% 코로나19 직간접 관련 추정 복지부는 또 2020년 1월 이후에 사망한 자살사망자 132명 중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29명(22.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이전부터 직업이나 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을 겪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폐업, 부채 증가, 사회활동 제한 등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명 중 30대와 20대가 각 9명, 40대와 50대가 각 4명, 60대 이상이 3명이었다. 고용상태별로는 피고용인과 자영업자가 각 7명, 실업자 5명이었고 이외에는 은퇴자,학생 등이었다. 피고용인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경우가 2명 있었고, 사업부진·실패를 겪은 경우는 9명으로 관광·문화·교육 사업 종사자였다. 다만 이번 분석은 적은 사례 수를 가지고 심리부검 면담을 신청한 유족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심리부검이 자살위험 요인과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자살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는 광역주도형 심리부검 면담사업을 추진하는 등 심리부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신건강증진,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자살 고위험군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범부처 차원의 제2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한다. 이외에도 자살사건 인지 즉시 경찰서로 관련 인력이 파견돼 초기 대응과 유족 심리지원,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는 '자살유족원스톱지원서비스'사업을 강원, 광주,인천 3개 지역에서 하반기 내에 서울, 대구, 세종, 충남, 충북, 제주로 확대하고 2024년까지 전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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