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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2 제주愛 빠지다] (7)차영수 해금 명인
"오늘 뿌린 국악 씨앗 꽃으로 피어나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8.03. 00:00:00

함덕고 음악과 강의를 인연으로 북촌 마을에 정착한 차영수 해금 명인은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제주에서 국악의 기반을 다지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단 2개의 줄만 있는 현악기이지만 그것이 빚어내는 감정의 여운은 길다. 그는 방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오른쪽 발에 악기를 고정시킨 뒤 잠시 활을 그어 음색을 내며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했다. "마음을 울린다"는 말이 들어맞는 국악기인 해금이다. 2019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둥지를 튼 차영수(53)씨는 해금 명인으로 제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생님들을 만나고, 청중들과 교감하며 국악의 매력을 나누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함덕고 한국음악 전공 강의 맡으며 본격 인연

여행지였던 제주가 그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다가온 계기는 특수목적학과로 음악과를 둔 함덕고등학교였다. 한국음악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금 강의를 하면서 제주를 찾는 일이 늘어갔고 퇴직한 남편과 함께 이곳에 정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기왕이면 늘상 살아온 아파트 말고 단독주택이면 좋겠다 싶었고, 자연스레 학교 인근 마을 북촌에 장기 임대로 집을 구하게 됐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집을 거쳐갔던지 도배 작업을 위해 벽지를 뜯어냈더니 겹겹이 10장이 쌓여있었다고 했다. 지난 먼지를 털어내고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는 등 오래된 집을 손봤다. 과거 제주 농가에 흔하게 있던 대문 옆 외양간은 교육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새 주인을 맞아 세월의 더께가 앉은 시골집 내부가 바뀌었지만 마당까지 뻗은 호박 넝쿨처럼 옛 풍경이 남아있다. 현기영 소설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된 북촌리가 품은 4·3의 기억을 전하기 위한 너븐숭이 유적지 공연에도 나섰던 그다.

현재 동국대 한국음악과 외래교수이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인 종묘제례악 이수자인 차영수 명인은 전통예술고를 거쳐 대학 국악관현악과에서 해금을 전공했고 한국문화예술 석사, 한국문화학과 박사 학위를 차례로 땄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단원을 지냈고 지금은 인천 중구국악관현악단 악장, 고양시국악협회 상임이사로 있다. 이처럼 탄탄한 경력을 지닌 그는 이즈음 제주를 우선순위에 두고 해금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탄탄한 경력 바탕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활동

그의 국악기 강의는 함덕고만이 아니라 국악관현악단이 꾸려진 제주중앙여고, 대정여고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교원 대상 연수도 애정을 담아 운영해왔다. 오늘 땅에 뿌린 씨앗이 머지않아 꽃으로 피어나듯, 대학을 통한 국악 전공자 배출이 전무한 제주에서 해금을 배운 이들이 초·중등 국악교육 기반을 다지는 동력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국악 주자로서는 국악단 너나들이, 전공자를 주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제주국악관현악단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 너나들이는 전통국악에 무게를 두고 우리 음악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거는 단체다. 제주국악관현악단은 8월 한여름 밤의 예술공연, 9월 제주포럼 개막일 연주 일정 등이 잡혔는데 "앞으로 계속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악의 대중성을 넓히는 매개가 될 것으로 여긴다.

|"우리 악기 한 번쯤 배울 수 있는 여건 됐으면"

차 명인의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은 해금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일과를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우리 악기를 한 번쯤 만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는 국악기를 익히는 고등학교 여학생들과 합숙 캠프를 할 때 아이들이 새벽 1시까지 연습을 하더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음악 교과서에 실린 국악 비중은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이지만 그는 그날 희망을 본 것 같았다. 언젠가 제주에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이 한낱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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