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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도민 언어 현장 ‘공공언어’ 바르게 쓰여야”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2. 08.05. 00:00:00
[한라일보] "상반기 외식물가 '고공행진'…'뉴노멀' 경고",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업들이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까지 나타났다", "A는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도내 한 일간지 면을 장식한 기사에 쓰인 문구다. '뉴노멀', '런치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 '백브리핑' 등 한 번 보고는 와닿기 어려운 줄임말 혹은 외국어가 쓰인 사례다. 우리말로 바꾸기 곤혹스러운 전문용어는 외래어로 받아들여 그대로 쓸 수도 있겠지만,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쉬운 말까지 영어를 쓸 만큼 미디어의 영어 남용은 심각하다. 간단한 말까지 영어 표기를 하다 보면 우리말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정보 불평등까지 낳을 수 있다.

|매일 노출되는 미디어 뿐 아니라 관광지·행정용어도 ‘공공언어’

최근 공공기관과 미디어에서 '공공언어' 확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공언어란 좁은 의미로 정부 기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뜻한다. 넓은 의미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모든 종류의 언어를 일컫는다. 모두 '공공'에 목적을 둔다.

최근 인터넷 기사를 보면 글자는 한글이지만 뜻이 곧바로 와닿지 않는 새로운 말들이 많다. 온라인 기사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확장 가상세계'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을 형성한 뒤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일컫는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외국에서 온 입국자들에게 시행하는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 조치가 완화된다. 트래블 버블은 '비격리 여행 권역'으로 순화할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는 원래 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 등을 말한다.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승차 진료(소)' '승차 검진(소)' 등으로 바꿔쓸 수 있다.

도내 미술관, 박물관, 관광지 등에 배치된 안내문과 홍보물에도 여러 외래어가 쓰였다. 지난해 본보와 제주 국어문화원은 도내 박물관·미술관 등 30여 곳의 안내문과 홍보물 등을 직접 조사해 외래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추려냈고, 이를 쉽고 바른 우리말로 순화했다. 국어문화원은 외래어 314개, 한자어 300개 등 총 614개의 어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관광지 안내판에서 외래어,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 투 등이 발견됐다. 다만 일본어 투 어휘보다는 외래어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어려운 한자어 또한 다수 보여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행정용어에선 공공언어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사)국어문화원연합회가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배표한 2000여 건의 보도자료를 살핀 결과 공공언어가 쓰이지 않은 문구가 쓰인 건수는 1000여 건이 넘어 지적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공문서에서 주로 발생하는 공공언어 오류는 ▷띄어쓰기 ▷외래어·한자어, 일제 잔재어 남용 ▷길거나 생략된 문장, 부정확한 표현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제주도, ‘국어책임관’ 활성화 계획… 매월 공공언어 점검의 날도 운영

이에 제주도는 '공공언어' 사용 확산을 위해 '국어 책임관'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공직자 국어능력 향상 시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도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부터 시작해 어려운 정책·행정용어를 순화하는 공공언어 개선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어려운 조례 내용을 도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말로 바꾸는 자치법규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며, 900여 건의 도 조례를 대상으로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 투 표현 등 문제점을 파악해 정비할 방침이다.

도는 또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공공언어 점검의 날'로 지정, 부서별로 공공언어 지킴이를 지정하여 공개문서, 보도자료 등에 잘못된 표기 사례도 자체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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