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가치 육아-이럴 땐 ③] 학원 자주 그만두는 아이, 어떻게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2. 08.08. 10:16:44


"요즘 '태·피·미·수'는 기본이래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태·피·미·수', 요즘 아이들이 하나쯤 배운다는 '태권도, 피아노, 미술, 수영'을 줄인 말인데요.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말 때문에 부모들은 조바심이 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더 그렇지요.

그럼 언제부터 학원을 보내도 될까요. 그리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하지만 조금 다니다 그만두겠다는 아이. 이번 사연과 함께 고민해 봅니다.



질문. 여섯 살 남자 아이입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길래 보냈는데 딱 하루 가고 그만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축구교실을 다니겠다고 해서 보냈는데, 한 달을 열심히 하다 그것도 싫다고 해서 그만뒀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다시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해요. 또 며칠 다니다가 그만둘까봐 걱정이에요.

=아 네. 그런 고민이 있군요. 우선 학원을 언제 보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할 때 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아이가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이거 하고 싶어'하고 선택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럼 그 이유를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이유는 다양할 거예요. 친구가 하는 걸 보니 하고 싶다거나 도복이 멋있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어요. "아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서 가고 싶다는 거지?"라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이때 중요한 건 한 번 가서 보는 거예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여섯 살이어도 충분히 결정할 수 있어요. 어릴 때부터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좋습니다. 정보는 부모가 제공해 줘야 합니다. "우리 집 주변을 봤는데 태권도 학원이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네"라며 학원마다 어떤 점이 좋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어보는 거예요.

|학원 상담도 함께… 어릴 때부터 ‘선택의 기회’ 줘야

아직 어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함께 가서 보는 게 좋습니다. 학원 두세 군데를 함께 둘러보고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지요.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주말을 이용해 학원 근처를 구경해 볼 수도 있겠지요.

만약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면 아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세요. 학원에 오면 어떤 걸 하는지, 몇 시에 와서 언제 끝나는지, 교재는 어떤 걸 쓰는지 등의 얘기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상담이 끝난 뒤에도 부모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세요.

아이가 좋다고 할 때도 며칠 더 여유를 주면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오래 다니지 못할까 걱정이라면 일단 한 달을 다녀보고 그때 가서 계속 다닐지 생각해 보자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 조율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함께 결정하게 되면 끝맺음을 할 때도 아이 마음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우선 부모한테 물어보고 협의를 하게 되겠지요.

|학원 그만두겠다는 아이… ‘선택 과정’ 돌이켜 보세요

이번 고민처럼 아이가 잘 다니던 학원을 안 가겠다고 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 혼자만의 결정이나 지시였을 땐, 아이가 다니지 않겠다고 했을 때 받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함께 결정한 거라면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처음 선택할 당시와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어떤 게 어려웠는지 등을 물어보는 거예요. 그럼 아이는 자신이 싫은 점을 얘기할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내는 건 안 돼요. 싫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 버리면 뭐든지 다 그렇게 끝낼 수 있다고 알게 되지요.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무리를 지을 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고, 이겨내서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는 힘, 이런 걸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학원 그만둘 때도 마무리 잘해야… 선택과 책임, 배우는 기회로

그런데도 아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다니기 어렵겠다면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래도 책임은 부여해야 해요. "어휴, 그럴 줄 알았어", "이번에 끝까지 못 다녔으니 다음엔 절대 안돼" 이런 식의 말이 아니라 "~야, 네가 다시 학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엄마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무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만두겠다는 말도 부모가 전화로 할 게 아니라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학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얘기하는 거죠.

여섯 살이니 스스로 말하긴 어려울 거예요. 그때 부모가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어렵데요"라며 이유를 말하고 "엄마(또는 아빠 등)가 얘기한 게 맞니?"라며 아이한테 물어봅니다. 이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다는 표현을 하면 "네, 우리 아이가 이런 마음이래요.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나오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다음에 무언가를 결정할 때 더 신중해 질 겁니다. 이런 과정이 선택과 책임에 대한 또 하나의 배움이 되는 거지요. 상담=오명녀 센터장·정리=김지은기자



◆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한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면 된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