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장면들. 사진=ENA채널 [한라일보] 우리 속 '진짜 우영우'는 어떨까. 자폐 스펙트럼인 천재 신입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라일보는 '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이라는 기획으로 제주도내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의 현실을 마주한다. 그들이 놓인 돌봄, 교육환경, 주거, 일자리 등의 문제를 일주일에 한 번 7회에 걸쳐 다룬다. 장애가 있어도 누구나처럼 배우고 일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보통의 삶'을 향한다. |우리 주변엔 없는 '우영우'… 진짜 현실은 "'우영우' 같은 인물 자체는 있을 수 있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 천재성을 보이기도 하는) 아스퍼거나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주변엔 없어요." 성인 전환기 발달장애인 모임인 '스스로모임' 리더 신혜수씨가 말했다. 신씨의 고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이는 드라마 속 우영우와 같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둘째가 21개월쯤 됐을 때였다. 큰 아이 상담에 갔다가 되레 둘째가 "오티즘(자폐증)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듣자마자 기절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돌이켜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일종의 '신호'였다. 아이는 병원만 가면 자지러지게 울었고, 옆집에 놀러가서도 무리 밖으로 겉돌았다. 두 손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행동도 보였다. 그때부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 치료에 매달렸다. 서귀포에서 제주시에 있는 치료실을 수없이 오갔다. 청각이 예민한 아이를 위해 서울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번 올라갈 때마다 열흘간 머물며 소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저희 아이는 많이 좋아졌어요. 최중증 장애임에도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고, 바리스타 직무체험도 혼자서 할 수 있게 됐죠. 저와 아이가 정말 노력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거예요. 그런데 막상 취업을 하려고 봤더니 경증인 장애 아이들도 갈 곳이 부족해요. 최중증인 경우엔 사회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거죠." 사진 왼쪽부터 박정경(별난고양이꿈밭 대표) 사단법인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대표, 고희순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돌봄팀장, 스스로모임 리더 신혜수씨. |"넌 뭘 잘해"… '우영우'가 또 다른 편견 되지 않길 이러한 현실에서 바라보는 드라마 속 우영우는 그저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고희순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돌봄팀장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자폐는 (우영우 같은) 저런 능력이 있구나'라며 나 역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키워 보니 그게 아니더라. 사람들이 우영우를 보고 저희 아이에게 '너는 뭘 잘해'라고 물어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우영우는 예쁘고 귀엽고 부모 역시 즐겁지만 현실에선 부모는 물론 비장애 형제들도 많이 힘들다"며 "그래도 발달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를 조금씩 알아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우영우'가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발달장애인 부모 모임인 사단법인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박정경(별난고양이꿈밭 대표) 대표는 "우영우를 통해 자폐성 장애가 많이 알려지고 사회 전반에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영우 다음편 예고에 지적 장애 여성과 비장애인 남성의 사랑이 그려져요. 근데 아무도 그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성폭행'이라고 말하죠. (실제 방영분에선 이 여성이 해당 남성을 "사랑한다"며 감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하지만 남성의 과거 행적 등이 드러나며 끝내 유죄가 선고된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생이라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이지만 커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때 사회 시선은 어떨지 생각하게 되죠. 저희 집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제 동생이 결혼하기 전에 선을 봤는데 상대방의 동생이 장애가 있어 어머니가 반대했었죠. '그 집으로 가면 너도 장애인을 낳는다'고요. 나중에 그런 상황에 놓이면 슬플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발달장애 아이를 둔 신혜수 씨는 "'우영우'를 보는 부모들 마음이 왜 불편할까 생각해 보니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내놓은 만평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드라마를 볼 때와 현실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얘기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페이스북 |놀이터도 못 가는 부모들… "발달장애인에 기회를" 아이와 놀이터 한 번 갈 때도 눈치를 봐야 하는 엄마들에겐 '우영우' 곁에 또 다른 등장인물도 현실에선 찾기 어려운 존재다. 그만큼 장애를 포용하고 함께 손잡아주는 '우리'에 대한 바람이 간절하다. "비장애 아이는 10번이면 될 것을 우리 아이들은 100번은 돼야 해요. 그만큼 많은 기회를 주면서 배워줘야 하는데 놀이터 한 번 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한정된 놀이기구를 여럿이 이용해야 하는 지금의 놀이터 환경에선 기구를 거꾸로 오르거나 다른 사람을 치고 달려가는 행동을 보이면 이상하게 쳐다보고 욕을 하기도 하죠. 그래서 100번까지 갈 용기가 나지 않아요. 우리 엄마들이 놀이터가 아닌, 아무도 없는 숲이나 오름에 가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박정경 대표) 신혜수 씨도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회전문 같다"며 말을 이었다. "드라마 첫 회를 보면 우영우가 회전문을 앞에 두고 들어가기 무서워서 주저해요. 그때 '이준호'(우영우가 일하는 대형 로펌 송무팀 직원)가 같이 들어가 왈츠를 추면서 나오죠.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회전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예요. 우영우가 변호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명석'(로펌 시니어 변호사) 변호사가 '기회'를 줬기 때문이고요. 김밥집에서 일할 땐 그렇게 어설플 수가 없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았으니 빛을 내는 거죠. 이렇게 사회가 기회를 줬으면 해요. 발달장애가 있어도 잘하는 것을 찾아주고 기회를 준다면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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