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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간접 증거로 덜미 잡힌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1999년 사건 발생 후 23년 만에 유죄 판결
DNA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법원 "인터뷰·평소 발언 보면 유죄 인정돼"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8.17. 16:17:39

경찰서를 나서는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한라일보]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살인 혐의가 무죄에서 유죄로 바뀐 것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DNA 등 직접 증거가 아닌 간접 증거만로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살인과 협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은 김모(55)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3년 6월(살인 12년·협박 1년 6월)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2월 17일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고, 방송국 관계자를 문자 메시지로 두 차례 협박한 혐의는 인정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바 있다.

전(前) 유탁파 행동대원이었던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A씨와 함께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당시 성명불상의 사주자에게 "이승용 변호사를 혼 내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은 뒤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정황 증거로도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방송에서 밝힌 범행 내용이 당시 언론보도는 물론 수사기관에서도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이라는 점 ▷방송 인터뷰 과정에서 여러 번 '우리'라는 표현을 한 점 ▷동거녀 등 지인에게 "범행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 말한 점 등에 비춰 김씨가 A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제3자로부터 '이 변호사를 손 좀 봐라'는 의뢰를 받은 김씨가 동갑내기인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A씨가 특수 제작한 흉기를 사용하는 등 당초 의도와 달리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김씨는 이를 용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김씨는 A씨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에 나섰고, 이는 살인에 대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양형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A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유족들은 사건 경위도 모른 채 충격 속에 살고 있지만,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용서를 받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앞선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관한 추론 뿐이지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즉 피고인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는 상황"이라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즉 DNA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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