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의 감독 겸 배우 이정재. [한라일보] 경력 30년 차의 톱배우가 신인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 '헌트'로 스스로 새로운 막을 열고 등장한 배우 이정재의 이야기다. '헌트'는 지난 5월 칸영화제 초청 이후 8월 극장가에서 개봉 1주 만에 2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감독이 이정재라는 점은 인지도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호감도 측면에서는 확신할 수 없는 패다. 냉정해진 관객들은 이제 작가, 감독, 배우의 경력과 조합을 면밀하게 판단해 작품을 선택한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있다고 하더라도 존재 자체가 티켓 파워를 갖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정재의 '헌트'가 보여주는 결과와 성과는 유의미하다. '헌트'는 신인 감독 이정재의 데뷔작인 동시에 30여 년을 영화라는 무대 위와 아래, 앞과 뒤에서 살아온 영화인 이정재의 성실한 이력서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첩보물과 액션물의 장르적 시너지를 만들어낸 '헌트'는 매끄러운 상업영화인 동시에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준수한 동시에 진지한 입성과 태도다. 그리고 그것은 이정재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배우 이정재는 멜로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모래시계' 속 보디가드로, '정사'의 연하남으로, '시월애'와 '선물'의 순정남으로 모든 사랑을 가능하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동시에 세련된 성적 매력을 지닌 스타이기도 했다. '젊은 남자'와 '태양은 없다'로 불온하고 치명적인 청춘의 몸으로 스크린을 유영했던 그는 '도둑들', '관상'의 앙상블을 뚫고 나오는 강렬한 페로몬으로 관객들을 취하게 만들었다. 데뷔 초기인 '젊은 남자'와 '관상'의 사이에는 무려 20년의 차이가 존재한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눈길을 끌 수 있는 존재라니. 흥미롭게도 이정재는 거의 모든 장르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주로 멜러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데뷔 초 이후 액션과 사극, 앙상블 드라마와, 버디 무비. 블럭버스터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과 '도둑들'은 물론이고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었던 '하녀'도 30년 간의 필모그래피 안에 있다. 이토록 다채롭고 흥미롭던 이정재는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 이후 본업인 배우로서 월드 스타가 됐다. 미국 내 드라마 어워즈에서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동시에 '헌트'의 감독과 배우, 각본가이자 매니지먼트 대표의 역할도 수행했다. 게다가 절친의 상대역까지 맡았으니 이 정도면 워라벨 측면에서는 성실함을 넘어선다. 사랑의 불꽃 속에서 사그라들지 않을 듯 형형했던 젊은 날의 불새는 50대에 이르러서는 서두르지 않고 마음속 불씨들을 점화시키고 있다. 이 불꽃놀이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이어서 더욱 인상적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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