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만난 이지치 노리코 교수. 제주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지치 교수는 내년 4월 개관 예정인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창립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그가 1993년 일본 오사카시립대(현 오사카공립대)에서 딴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재일코리안 1세대 여성들의 생활사'였다. 이 논문은 그가 제주라는 섬으로 눈길을 돌린 계기가 되었다. 총 17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여정이 들었는데 12명이 제주도 출신이었다. 그는 특히 오사카 이쿠노 어머니학교에서 공부하던 70~80대 연령의 제주 여성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낯선 땅에서 말과 글도 모른 채 50년을 살아온 그들이지만 그늘이 없었다. 제주의 바다, 나무,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시종 밝았다.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사연을 지닌 그들은 삶 앞에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들의 고향 제주는 과연 어떤 곳일까." 석사 취득 이듬해 그는 제주로 향했고 1999년 오사카시립대에서 '생활세계의 창조와 실천-한국 제주도 행원리의 생활지'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지금까지 제주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지치 노리코(伊地知 紀子) 오사카공립대 문학연구과 교수다. 박사논문의 배경이 된 행원리에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는 안기남옹이 살고 있을 정도로 지난 28년 동안 일본과 제주를 오가며 재일코리안 연구를 해온 이지치 교수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표준어보다 제주 방언을 먼저 익혔다. 고광민 민속학자,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 김기삼 사진가 등 알고 지내는 제주 인사들도 적지 않다. 표준어보다 제주 방언 먼저 익힌 재일코리안 연구자 역사관 창립 이사 참여… "재일제주인 배움의 장으로" 내년 제주-일본 잇는 연락선 생긴 지 100주년에 개관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제주를 찾아 이달 19일부터 28일까지 행원리에 머물고 있는 이지치 교수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창립 이사로 활동 중인 근황을 들려줬다. 역사자료관은 제주 출신 재일제주인 2세인 홍성익·김명홍·고정자·고원수씨를 포함 11명이 창립이사로 참여했는데 일본인은 부이사장을 맡은 이지치 교수가 유일하다. 지난해 봄 이지치 교수의 제안에 홍성익 이사장이 부친(홍여표)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동참했고 지난 4월 35평 규모의 아틀리에를 역사자료관으로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엔 재일 김시종 시인이 자신의 마지막 시가 될 거라며 내놓은 작품을 새긴 '공생의 비'가 앞마당에 세워지는 등 순항 중이다. 행원리 아버지에게 "시에 갔다 오쿠다"(제주시내에 다녀올게요)란 말을 전하고 집을 나섰다는 그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자료관에 대한 제주도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현재 개관을 위한 기부 목표액 3000만엔 중 2000만엔을 모았지만 운영비, 전시 비용, 인건비 등을 합치면 총 4000만엔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치 교수는 "내년은 마침 제주와 일본을 잇는 연락선이 뜬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역사자료관에 제주 등 재일코리안이 걸어온 길을 영상, 사진 등 각종 자료로 전시하고 고향을 위해 투자한 재일동포들의 흔적을 담는 등 재일제주인 4~5세들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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