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는 기사와 궤를 맞춰 협조적인 취재원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격식을 갖춘 관계자를 주로 만나지만 과업에 불리하지 않을 정도로 답해야 하기에 꽤나 방어적이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을 취재했다. 어렵게 마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던진 질문의 골자는 "너희의 열악함을 말해 달라" 였고 예상한 대답은 "돈 벌기 힘들어요"였다. 장황한 질문 끝에 돌아온 대답은 "누나 시끄럽고 다른 얘기 해". 머리가 하얘졌다. 준비한 질문도 영어 실력도 바닥났고, 사전에 내어 달라 요청한 30분 대비 지나간 시간은 5분 남짓. 저 반응과 태도 앞에서 무슨 질문을 더 해야 하지, 여긴 왜 왔지, 실없는 말로 시간을 때우며 상황을 모면했다. 되짚어 보니 무례한 질문임에 틀림없었다. 너의 삶은 아픈 것이라는 편협함, 아픈 구석을 굳이 캐묻는 옹색함이 짙은 질문. 이후 여러 입을 빌어 아주 많은 삶을 다양한 각도로 접했다. '불법체류'라고 퉁쳐 불리지만, 선택한 삶이 아닌 불법의 영역으로 미끄러졌다는 표현이 적확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손 쓸 수 없었고 일어서려고 했더니 궁지에 몰리게 된 이들이 내가 만난 열댓 명 뿐일까? 한 땀 한 땀 내 기사를 봐줬던 선배는 "10개를 취재해도 기사엔 1개만 담아야 해"라고 조언했다. 시간이 흘러 난 여전히 10개를 취재하면 11개를 쓰려는 병아리에 불과하지만, 내가 들은 10개의 삶에 의미를 담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꾹꾹 눌러 써 본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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