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온화한 기운이 감돈다. 이 나라에서 연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마을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지형의 흐름 자체가 어딘지 모르는 안도감을 준다. 동서로 하천이 흘러서 바다로 향하고 바다는 예촌망이라고 하는 오름이 막아섰으니 옛날 이보다 더 훌륭한 천연 요새가 어디 있었을까. 그래서일까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이 지역의 모습은 고려 충렬왕 26년(1300년) 14현으로 탐라를 나눌 때, 호촌현(狐村縣)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오지리 등으로 불리워 오다가 1875년 경에 하례촌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그 뒤 하례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1965년 하례1리와 하례2리로 구분되어 오늘에 이른다. 쇠소깍 동쪽 호촌봉(예촌망)은 하례1리와 바닷가 사이에서 경계를 이루는 형세다. 배를 타고 나가서 바라보는 경관은 거대한 자연성벽이 아름다운 자태로 서있는 느낌이다. 화산의 개념으로는 측화산으로 꼭대기에는 넓고 평평한 구릉지대가 있으며 동서로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원추형 돔 화산체이다. 해안경비에 용이한 위치적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에 봉수대를 설치하여 해안 방어에 일익을 담당했었다. 하례1리가 보유한 자원 중에 망장포는 제주 포구의 옛모습을 가장 온전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은 목선들로 어로활동을 하던 시기에 조상들의 어로활동과 삶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하례1리 사람들의 성품과 특징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런 대답을 한다. '부지런한 사람들'. 온화한 성품에 부지런 부자들이 많은 마을이라는 인식이 공통적이다. 노는 모습을 못 봐주는 기질이 마을공동체의 문화로 자리 잡은 까닭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야 동네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삶. 말이 아니라 일로 승부를 내는 근성이 깊이 뿌리 내려 있는 것이다. 허지성 이장을 통하여 듣게 되는 마을 발전 전략을 위한 사업들을 보면 일개 리 단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총 33개다. 일 욕심이 이 정도면 기네스북 깜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눈에 띄는 굵직한 사업들만 훑어 봐도 야무진 포부에 일꾼다운 면모가 보인다. 마을이 직면한 현안이기도 한 일들이기도 하다. 경관생태 분야로 큰당복원, 효례천 전망대조성, 걸쇠오름 쉼터 조성. 소득체험 사업으로 황칠나무를 이용하여 소득사업화, 마을목장트레킹 코스 개발, 바다체험장 사업추진. 문화복지 분야로 마을변천사 책자 발간, 마을주민 자서전 편찬사업.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을 공동 홈페이지 제작, 스토리텔링 자원 발굴. 여기에 활자화 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부지런 1번지'의 명예를 걸로 차곡차곡 이룩해 나갈 것이다. 일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뤄지는 성질이 있으니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곧 마을공동체 정신이기에 더욱 엄숙하게 와 닿는다. 하례1리의 생태 환경 가치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효례천(주민들이 쓰는 효돈천 명칭)의 '개소'와 '남내소'풍광은 일품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지 마을. 이러한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주민들의 재산상의 불이익이나 개발에 소외되는 경우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의미는 지구인의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를 인정한 것이며 환경부가 생태관광자원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명성을 얻었다는 것이 대단한 혜택이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관료주의적 근성이 있다면 하례1리 주민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 지 각성해야 할 일이다. 그 특수함 때문에, 어떤 불편함이 동반 되게 되는 것인지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 최소한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공익적인 사업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민관협력 모델이 나와야 한다. 하례1리의 생태환경 의지는 그 자체로 자긍심이 되었다. 생태협의체와 농촌휴양마을 조직들이 자발적이며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성과 또한 대단하다. 환경보존에 대한 의식이 마을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주민소득과 실질적인 결합이 가능한 일들을 제공하여야 할 주체는 생태마을로 지정한 행정 쪽에 있다. 말과 글이 아니라 하례1리 주민들처럼 일로 답해야 한다. <시각예술가> 우금 가는 길 <수채화 79cm×35cm> 한가름길에서 지귀도를 보며 <수채화 79cm×35c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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