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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우의 한라칼럼] 가을 태풍과 마늘 파종시기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09.13. 00:00:00
가을 태풍이 줄을 잇고 있다. 가히 '역대급'이라 불리며 큰 상처를 주고간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떠나 보낸지 엊그제 같은데 제12호 '무이파'가 대만 해상에서 북상중이다. 뿐만 아니라 제13호 태풍 '므르복'에 이어 제14호 태풍 '난마돌'도 북상 준비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는 미국기상센터(GFS)예보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13호 태풍 '므르복'은 일본 열도를 지나 러시아 사할린쪽으로 북상중이어서 제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나 16일쯤 생성될 14호 태풍 '난마돌'은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를 그대로 밟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큰 걱정이 앞선다.

가을 초입에 오는 태풍은 세력도 세력이지만 그 피해가 크다. 역대 제주도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은 대다수가 절기상 처서를 지나 백로와 추분 사이에 발생한 태풍들이다. 1959년 9월 16일 제주도를 초토화시켰던 '사라',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가 가을 이맘때쯤에 내습한 태풍들이다.

이런 가을 태풍이 위력적인 이유는 따뜻해진 바다 수온이 태풍 먹이(에너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닷물은 공기와 달리 서서히 데워져 제주도 주변 바다는 한여름보다는 9월 초중순에 수온이 가장 높다.

이처럼 필자가 태풍에 대해 중언부언하는 이유는 가을 태풍이 오는 길목이 월동채소류 파종 내지는 정식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양배추, 브로콜리 등 양채류는 일정기간 육묘 후 정식을 하기 때문에 기상상태를 보면서 그 시기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만 곧바로 종자를 밭에 파종해야 하는 마늘은 주어진 여건이 다르다.

마늘주산단지인 대정지역은 농가 대다수가 8월 중하순부터 마늘파종을 시작한다. 좀 빠른 농가는 8월 15일부터 시작을 하고 늦은 농가는 9월 초순에 이르러 파종을 시작한다. 문제는 이 파종시기가 가을태풍이 내습하는 시기와 겹쳐 마늘밭이 침수되거나 파종한 마늘종자가 빗물에 떠내려가는 피해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령, 가을 태풍이 없다해도 조기 파종에 따른 지온 상승 등으로 인해 초기생육이 불량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마늘 파종시기를 10일에서 15일 정도를 늦췄으면 한다. 물론, 조기파종을 통해 남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포전거래(밭떼기)를 해온 농가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제안일수도 있지만 파종시기가 10여일 정도 늦어도 수확시기에 이르러서는 그 차이가 3~4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필자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마침 서부농업기술센터 등 농촌지도기관에서도 마늘 파종시기를 일정기간 늦춰보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마늘농가들도 이에 적극 동참해 가을 초에 내습하는 태풍피해는 물론 조기 파종으로 인해 발생하는 뿌리썩음병 등 마늘 병해 피해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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