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류마티즘이란 관절과 관절주변의 연골, 뼈, 근육 등에 발생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90년대 이전만 해도 불치병이라 불리고, 과거에는 좋은 약도 없어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으나 지금은 조기 진단, 꾸준한 약물 치료와 관리로 행복한 삶을 지내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50대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 관절이 붓고 변형이 와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그림 스타일도 바뀌었다. 죽기 1년 전 1918년에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은 1884년에 그린 같은 제목인 '목욕하는 여인들' 의 그림과 확연히 다르다. 대상의 형태보다 붉은 색감을 강조하고 붓 터치도 정교함을 잃은 대신 더욱 역동적으로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물리적 한계로 인한 것과 동시에 그가 추구한 개성과 화풍의 결과라 여겨지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대로 된 관절염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의 친구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자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앙리 마티스(1869~1954)는 관절염의 한계를 색종이 오리기로 극복했다. 손가락 마디 관절들이 아프고 변형이 와 쓰기 어려워지자 붓 대신 가위를 이용해서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새 기법을 창안한 것이다. 후기 대표작 '이카루스' 등이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라울 뒤피(1877~1953)는 말년에 만성적인 다발성 관절염으로 혹독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작업을 계속했다. 이 시기의 작품은 대지와 자연에 대한 찬가, 들판에서 노동하는 정경 등이 주를 이뤘다. 캐나다 출신 모드 루이스(1903~1970)는 작고 구부러진 신체 기형으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겨 제대로 걷지 못하고 손의 움직임 마져도 둔했다. 낙천적인 루이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밝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처음에는 단돈 몇 달러에 그림을 팔았지만 1964년 무렵부터 인정받아 나중엔 닉슨 미국 대통령의 의뢰를 받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오늘날 그녀의 생애를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이 제작됐고, 영화 '내 사랑 Maudie'가 2016년 개봉했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는 여섯 살 때부터 관절염을 앓았다. 관절 통증은 가우디 일생 내내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며 그의 생활을 고달프게 했다. 가우디의 관절염은 어린 시기에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보인다. 발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발등 덮개 없는 신발을 신고, 양말을 두 장 겹쳐 신었다. 이런 비극 속에서도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같은 천재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이 성당의 첨탑들은 인체의 뼈를 닮은 듯하다. 의학계에서는 "온 종일 관절통에 신경 써야 했던 가우디가 뼈를 형상화한 건축물을 고안한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 모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방훈 재활의학전문의·의학박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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