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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덕의 건강&생활] 눈이 빠질 것 같이 아파요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09.28. 00:00:00
[한라일보] 안과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소위 '바이탈' 과가 아니다. 따라서 응급한 질환이 많지 않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심한 통증이 찾아오고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발생하는 질환이 없지않다. 대표적으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있다.

갑작스럽게 안압이 치솟으며, 극심한 눈의 통증과 두통을 동반한 녹내장을 '급성 녹내장'이라 부른다. 녹내장은 발병 시간과 기간에 따라 급/만성으로 나뉘며, 전방각(안압을 유지하는 물인 '방수'가 안구에서 빠져나가는 부위)의 개폐 여부에 따라 개방각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분류한다. 급성 개방각 녹내장은 사실상 없으며, 급성 녹내장은 대체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의미한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일반적인 만성 개방각 녹내장과 달리 갑작스럽게 안압이 올라간다. 또한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원시가 있거나, 백내장이 생기면서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모양체 소대가 약해져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는 등, 해부학적 구조가 취약한 이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이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어두운 조명에서 장시간 눈을 쓰거나 과도한 흥분, 무리한 근거리 작업 등의 상황에 노출되면 전방각이 폐쇄되면서 발생한다.

보통 안압이 50㎜Hg (정상은 10-21㎜Hg) 이상 올라가면, 눈이 빠질 것 같은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각막 부종이 생겨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높은 안압이 유지되면 빠르게 시신경이 손상되거나 홍채가 손상돼 추후 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시야 감소, 시력 저하, 눈부심 등 후유증이 남는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약물을 주로 쓰는 일반적인 만성 녹내장과 달리 레이저 치료와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레이저로 홍채에 구멍을 내 뒤에 고여 있던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샛길을 만들어 주면, 홍채가 전방각을 막고 있는 상황이 해결되며 안압이 내려간다. 레이저 치료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좁아진 전방 공간을 넓히기 위해 수정체를 적출한다(백내장 수술).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오기 쉬운 눈은 예방적으로 레이저 치료나 수정체 적출술을 미리 하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고 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녹내장과 달리 약물치료를 지속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플래시 불빛과 손가락을 이용해 집에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한쪽 눈의 통증과 두통이 발생했을 때, 양손 검지 손가락으로 좌우 눈을 번갈아 가볍게 눌러보면 안압이 올라간 눈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이 때 플래시를 비춰보면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한 쪽은 동공 반사가 없으며, 동공이 살짝 커져 있고 반대편에 비해 눈이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아픈 걸 참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과 두통이 동반될 때 단순한 두통이라고 생각해 미루지 말고 안과를 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받으시길 빈다. 골든타임 안에 치료하면 큰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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