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주황발무덤새'는 제프리 구루물 유누핑구(1971~2017)의 노래다. 그는 호주 북부 원주민보호지역 엘코 섬에서 선천성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 따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장난감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시작으로 멀티악기연주자, 음악가로 성장한다. 구마티족(族) 욜릉구어(語)에 자신들의 뿌리와 삶과 자연을 담아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2008년, 첫 앨범'구루물'을 발매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흔들었지만 만46세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됐다. 처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뜻 모를 이 노래에 북받치던 그날을 기억한다. 노래는 나지막하고 다정하게 어깨를 안고 다독인다. 마치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처럼, 한(恨) 서린 아리랑처럼, 단조롭고 지루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는 노동요처럼, 망자를 위한 진혼곡처럼, 소박한 찬송가처럼, 긴 하루를 마치는 기도문처럼 고요하고 깊고 평화롭다. 나는 종종 이 노래에 안겨 있다. '주황발무덤새'이야기는 거의 없다. 너른 인터넷 세상에서도 단출하다. 새는 주황 발을 하고 주로 무덤가를 날아다니며 우는 걸까. 이제는 동영상과 번역된 가사가 뜨기도 하지만 없어도, 몰라도 충분히 좋았다.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다 허밍에 이르면 노글노글하다. 내 마음대로 듣는 노래는 그날그날 시점을 달리한다. 새였다가 새를 지켜보다 새를 바라다가 새를 노래한다. 시간은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다 먼 미래로 날아간다. 요즘 온 나라가 거친 말 한 문장을 두고 시끄럽다. 욕설과 비속어 섞인 대통령의 말이 전파를 타고 인터넷을 도배한다. 처음엔 '사적발언'이니 외교적 성과와 연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브리핑한다. 13시간이나 지나서 대통령실홍보수석은 마치 국민을 향해 혼내는 분위기로 "다시 들어보라!"한다. 듣기평가 후 채점관이 '틀렸다'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라는 투다. 욕설의 대상이 대한민국국회 야당이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 밝힌다. 짜깁기로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를 한다는 주장이다. 덕분에 듣고 다시 듣고 또 들었다. 누군가는 음운을 따져보고 문장성분 분석을 하고 맥락을 더듬는다. 들은 대로 갖가지 버전이 범람한다. 풍자가 넘쳐나서 헛헛하게 웃는다. 들리는 것에 따라 사상검증을 한단다.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 세상에서 언론 탓만 한다. 암담하다. 잘못했다 사과해야할 일에 시치미를 뗀다. '유감스럽다'는 말도 마뜩잖은데 발화자의 '유감'표명을 구걸하며 달랜다. 고약하다. 말한 주체 쪽은 오락가락, 번복에 번복을 하고 번복하다가 발언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날 말씀이 없으셨단다. 마침내. 대통령의 말은 '주황발무덤새'가 아니다. 소멸해가는 소수민족어도 아닌, 외계어도 아닌, 내나라 말 한 문장이다. 굳이 달리 듣고 토 다는 일, 그만하면 알겠다. 말로 낳은 말들과 낙담에 지치다. '주황발무덤새'를 들어보시라. 작은 위로가 깃들 것이다. <김문정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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