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지구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 자생하는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도 산림청이 이를 바로잡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은 소속 상임위가 산림청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14일 사전 보도자료를 내고 "산림청의 2018년 연구로 왕벚나무가 일본산이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이 지목한 산림청의 '2018년 연구'는 산림청 소속 기관인 국립수목원이 같은 해 9월 '세계 최초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다. 국립수목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유전체 비교 분석 결과 제주도 왕벚나무는 일본 도쿄와 미국 워싱턴에 심겨 있는 일본 왕벚나무와 뚜렷하게 구분되어,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제주 자생 왕벚나무 5개체 중 1개체(제주 향토유산 제3호 '오등동 왕벚나무')가 일본 도쿄에 심어져 있는 개체와 유전적으로 같은 그룹을 형성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재배 중에 자연으로 옮겨졌거나 탈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논란을 키운 것은 국립수목원이 왕벚나무 국명까지 변경하고 나서면서다. 국립수목원은 2020년 펴낸 국가표준식물목록(자생식물편)에 '왕벚나무'를 빼고 '제주왕벚나무'를 넣었다. 기존 '왕벚나무'라는 이름은 재배식물목록으로 옮겨 놨다. 국립수목원은 기존에 모두 '왕벚나무'라고 불리던 자생 왕벚과 재배 왕벚을 구분하기 위해 서로 다른 국명을 뒀다는 입장이지만 그 근거로 삼은 연구 결과의 한계 등이 지적되며 논란이 지속돼 왔다. 국립수목원은 유전체 분석 연구에서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모계)와 오오시마 벚나무(부계)로 형성된 인위 잡종"이라고 전제했지만 현재까지 입증된 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지난 5월 20일 서귀포시산림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왕벚나무 생물주권 찾기 전문가포럼'. 국립수목원의 2018년 연구 결과와 발표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이어 "(그런데도 산림청의 2018년 연구로) 왕벚나무의 기원이 일본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왕벚나무는 일본 벚나무이고 우리 고유 종은 제주왕벚나무라는 인식이 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며 "실제로 '왕벚프로젝트 2050'은 산림청 발표를 근거로 올해 4월 여의도 윤중로 일대의 왕벚나무가 모두 일본 종이라며 베어버려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산림청 차원에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 의원은 "산림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사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충분한 연구 결과 없이 (왕벚나무를) 재배종이라고 발표한 산림청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전수조사를 비롯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왕벚나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수목원은 왕벚나무 국명 변경을 놓고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개최한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이하 심의회)에 이를 보고 안건으로 올린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심의회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까지 안건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심의회는 오는 12월에 개최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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