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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한라대 승마장 입구∼임도∼천아숲길 삼거리∼광령천변∼숲길∼노로오름∼숲길∼옛 버섯재배건조장∼임도∼한라대 승마장 입구
울긋불긋 변하는 숲길서 계곡과 오름을 만나다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10.18. 00:00:00

지난 8일 진행된 10차 에코투어 당일은 전날 일기예보와 달리 더 거센 가을비를 맞으며 임도를 따라 천아숲길로 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가늘어지다 오후로 들면서 날씨가 한결 좋아졌다. 양영태 작가

[한라일보] 비 오는 날의 숲속 풍광은 수채화 도화지 위에 물감처럼 흘러내린다. 그래서 비 오는 숲은 쓸쓸하다. 가을 숲이면 더욱 그렇다. 가을비가 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는다. 우비를 입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걷기에 불편은 없다.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은 내 머리 위에서 맴도는 말을 데리고 머리 뒤로 떨어진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걸어간다. 평소 사각대던 조릿대도 말이 없다. 말을 하는 순간 도화지는 다시 하얗게 변할 것 같다. 옅게 깔린 안개 너머로 앞에 가는 파란 우비가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한다. 에코투어 하는 날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틀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라며 들어선 숲길은 또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여름 소낙비 지나듯 스쳐 지나는 풍경이 아닌 촉촉한 가을비와 함께 흘러내리는 숲의 풍광이 좋다. 비는 오더라도 단풍을 준비하는 숲길을 따라 걸으면 볼 수 있는 쓸쓸한 풍광이 또 다른 매력이다.

가을비 속 산행 또다른 매력 선물
빨간 열매와 보랏빛 꽃들이 반겨
노란색 물결 계절의 변화 실감케

삼색도장버섯

한라돌쩌귀

지난 8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차 행사는 천아오름 기슭에 있는 한라대 승마장 입구에서 시작했다. 목장 서쪽 울창한 숲 사이에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표고버섯 재배장을 지나면 천아숲길 방향으로 이어지는 다른 임도와 만나고, 그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천아숲길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노로오름 방향 임도를 따라가다 광령천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천변으로 난 숲길을 따라 노로오름 정상에 오른다. 노로오름을 내려와 숲길을 따라 가면 옛 표고버섯 재배건조장을 지난다. 숲길을 계속 가면 다시 임도와 만나고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출발지인 한라대 승마장 입구에 닿는다. 가을이 익어가는 숲길과 하천을 따라 노로오름도 오르고 삼나무 숲길의 한적함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투어다.

길 위에 수북이 쌓인 노란 나뭇잎을 밟으며 임도를 걷는다. 임도는 산림보호와 병해충방제 등을 위해 설치한 도로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숲은 상록수와 낙엽수가 함께 살아가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런 숲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임도를 만들었다. 노로오름과 한대오름 주위의 넓은 숲은 낙엽활엽수가 주종을 이루지만 상록수도 많다. 벌채 등으로 인해 이가 빠졌던 부분은 삼나무가 자리를 잡아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계곡은 이미 단풍이 시작됐다. 한라산에서 시작해 내리는 광령천의 가을은 반대로 천아오름에서 시작해 한라산으로 올라간다.

작살나무

좀딱취

바늘엉겅퀴

숲길 언저리에는 한라돌쩌귀가 보라색 꽃을 가득 달고 인사를 한다. 가을 산에 오르면 유독 보라색 꽃들이 많다. 가을 야생화는 곤충, 특히 벌의 눈에 잘 띄는 보라색 계통의 꽃을 피운다. 가을에는 나비보다 벌이 주요 꽃가루받이 매개자인데, 노랗거나 빨갛게 물드는 단풍 사이에서 벌의 눈에 쉽게 띄기 위해 대비되는 색인 보라색을 택했을 것이다. 빨간 열매를 매단 나무와 노란 단풍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숲길은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

노로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있는 표고 1068.4m의 오름이다. 오름의 모양이 노루와 같다거나 또는 노루가 많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로오름의 옆으로 서너 개의 봉우리가 있어 이를 족은노로오름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별개의 오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노로오름 정상에 오르면 삼형제오름 너머 영실 분화구와 한라산을 볼 수 있다. 방향을 돌리면 산방산 너머 송악산과 가파도까지 보인다. 노로오름 능선을 따라 물을 머금어 미끄럽고 가파른 숲길을 내려서면 옛 표고버섯 재배장 건물이 뼈대만 남은 채 덩그러니 서 있는 공터를 지나고 다시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임도를 만난다. 성질 급한 좀딱취 하나가 바위 위에 피어있는 숲길에는 부지런히 소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던 담쟁이덩굴과 등수국이 지친 듯 누런 얼굴을 내밀고 쳐다본다. 가을이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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