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당장의 얘기는 아닐 것으로 여겨졌던 기후변화가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최고기온, 열대야 일수, 강수량 등에서 우리네 일상 속으로 바짝 다가왔음을 체감하게 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크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우리네 먹을거리다. 가뜩이나 해외 식량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작물의 수량·품질 변화에서부터 재배 적지의 변화, 새로운 고온성 병해충의 발생이나 창궐 가능성으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을 키운다. ‘역대’ 최고기온·강수량·열대야 등 일상 속으로 확 다가와 전남, 국립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등 발빠른 행보 제주도 대농-소농 투트랙 전략 로컬푸드 활성화 고민을 고소득작물에 대한 농가 관심이 높아지고 기후변화가 빨라지면서 제주에서도 아열대과수 재배가 늘어 도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바나나와 망고가 판매되고 있다. 문미숙기자 기온 상승은 겨울에서 이듬해 봄 사이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월동채소류 출하가 가능해 가질 수 있었던 제주의 경쟁력도 떨어뜨리고 있다. 전남지역 양배추는 몇 해 전부터 제주와 같은시기에 출하돼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특정 작물의 대량생산과 대농·소농 모두가 내륙의 도매시장 판매에 집중하는 수급체계론 '과잉생산→가격하락→산지 폐기'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주시 김녕지역에서 재배되는 바나나. 전남에서도 고흥, 해남, 진도, 완도 등 일부 지역은 월평균기온 10℃ 이상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었거나 곧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도는 빠른 기후변화를 체감하며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아열대 농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2022년 기준 전남도의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은 58.0㏊로 제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량은 제주가 1089t, 전남이 341t이다. 감귤은 제주가 주산지이지만 전남지역에서도 재배가 늘고 있다. 사진은 논농사가 대부분인 전남 나주시 노안면 소재 김철동씨의 한라봉 하우스. 전북에 위치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과 함께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농가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아열대과수의 경우 초기 시설투자비가 크다 보니 농가의 가격 기대감도 높은데,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국 곳곳에서 재배량이 증가할 경우 가격하락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바나나 등 겨울에도 하우스 내부 온도를 17℃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작물은 지금과 같은 고유가시대엔 난방비가 큰 부담으로, 시설하우스 재배의 난방비 부담을 줄일 에너지절감 재배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해나가야 아열대과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생산자-소비자 상생하는 로컬푸드 고민을=월동무, 당근, 양배추, 양파 등 몇몇 월동채소류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 기후여건에 맞는 여러 작물의 연중 적정생산체계를 갖춰나가면서 육지산 반입량을 줄이는 대신 제주도민과 하루평균 10만명 안팎이 체류하는 관광객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아 지역 생산물의 지역내 소비를 높이는 로컬푸드 활성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미 로컬푸드 확산에 여러 지자체가 공들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긴 전북 완주로컬푸드 모델에 여러 지자체가 주목하는 이유 무엇일까? 10여년 전 로컬푸드 필요성에 공감한 당시 완주군수가 뿌린 로컬푸드의 씨앗을 후임 군수들이 잘 키워내려는 정책의 연속성과 지역농협의 의지, 중간 지원조직,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 소비에 대한 지역 구성원들의 인식 확산 등 민·관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완주군이 연중 다양한 채소·과일류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중소농·고령농에게 330㎡의 소규모 시설하우스 설치를 지원해 생산농가를 조직화하는 기획생산을 뒷받침하고,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3500여회의 마을·농가 조직화와 직거래 관련 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또 완주군은 농산물의 원물 소비를 늘리고 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2개 가공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농가창업교육과 식품 제조 인·허가까지 도맡아 처리하며 농업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농과 중소농의 생산물 판매전략을 2가지로 구분한 완주군의 농업정책도 눈에 띈다. 대농과 상업농은 다른 지방 출하에 주력하고,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은 지역에서 최대한 소비하는 판매전략에 주력하고 있는데, 군청의 담당 부서도 각각 농업축산과와 먹거리정책과로 나눠져 있다. 대농·상업농과 소농 모두 농산물의 도외 출하에만 집중하고 있는 제주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로컬푸드에 대한 지역 안에서의 소비층이 두터워져야 중소농들도 판로 걱정 없이 농사를 이어가고 농업·농촌의 기반도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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